교육희망

'이상한' 교장과 '별로'인 교사들의 합작품

<지상중계> '배움의 공동체' 이끄는 사토 마나부 교수 강연 현장

"교사는 수업, 학생지도, 행정 업무 등의 공을 돌려 저글링을 하는 것과 같다." 사토 마나부 교수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균형이 깨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저글링에 비유했다. 무능한 학교 관리자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공(불필요한 행정 업무 등)을 계속 던져 교사를 쓰러뜨리지만 교사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난 달 23일 영등포 하자센터에는 200여명의 교사들이 몰렸다. 교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가 바뀌면 교육도 바뀐다'고 말하는 사토 마나부 교수의 강연에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되었던 개혁 주체들의 눈빛이 빛났다.


 
교실 열기, 학교 개혁의 시작
 
사토 마나부 교수가 학교 개혁을 위한 실천 개념으로 도입한 '배움의 공동체'는 모든 학생을 뒤쳐짐 없이 포용하고 교사도 전문가로 성장하는 학교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은 '수업 개혁'에서 찾는다. 사토 교수는 수업 개혁을 위해 교사들이 자신의 교실을 열고 동료 교사와 서로 배울 것을 찾아 비평하는 '수업 연구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겐 교실을 교사의 것으로 생각하는 정서가 있다. 그 공간을 여는 것도, 다른 이의 공간을 보는 것도 망설여지지만 교사가 교실을 열지 않으면 개혁의 시작도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의 모습은 단호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수업 공개는 연배 순으로, 젊은 교사가 수업을 하면 선배 교사가 잘잘못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같은 방법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토 교수는 "모든 교사가 수업을 열고, 서로의 수업을 보며 아이들이 어디서 배우고 어느 지점에서 주저 하는지를 관찰하고, 여기서 배운 것을 자신의 수업 연구에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움의 공동체 학교에서는 연간 100회 이상의 수업 연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교사의 퇴근 시간은 여느 학교들과 같다. 말 그대로 잡무나 불필요한 회의를 과감히 없앴기 때문이다.
 
조용한 아이들 '눈이 빛난다'

사토 교수는 배움의 공동체 학교를 "'저요!, 저요!'가 없는 조용한 학교"라고 말한다.
 
수업 중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듣고 집중하며 생각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있다는 것.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지양해야 할 학교가 밝고 건강한 학교라고 생각 한다"고 너스레를 떨자 참가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모둠별 학습이다. 모둠을 꾸리면 아이들은 과제를 함께 수행하며 학습 목표에 도전한다. 이때 학력이 낮은 아이일수록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한다. 아이들은 과제를 수행하며 함께 변화하고, 일 더하기 일이 둘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몰입'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교사와 아이를 성장시킨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모둠의 대표 의견이 아닌 모둠 활동 그 자체이다"
 
사토 교수는 모둠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닌 모둠 활동 자체라고 말한다. 토론을 통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필요한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 이질적 타인이 모여 모둠 활동을 하고 그 결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배운 것을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사토 교수는 배움의 공동체속 모둠 활동을 이렇게 정의했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사토 선생, 당신이 아무리 돌아다녀도 전국 1만개의 학교가 바뀌진 않아."
 
배움의 공동체 진행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일주일에 2~3개의 학교를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토론하는 사토 교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은 30년째 있어왔다.
 
하지만 지역에 거점학교 하나를 만들면 주변 모든 학교가 변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거점학교가 만든 비전으로 주변의 학교가 서서히 바뀌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 일본에는 배움의 공동체를 표방해 개혁을 시도한 학교가 이미 3000여개. 이는 일본 공립학교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30년 가까이 배움의 공동체를 이끈 그도 "10년 동안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회고 했다. 하지만 교실의 벽, 교과의 벽을 헐고 교사들이 동료성을 쌓아가는 것으로 시작된 개혁은 이제 서서히 결실을 보이고 있다.
 
'이상한' 교장과 '별로'인 교사의 하모니
 
"이 작업은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토 교수의 말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그는 교육혁명이란 수수하며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지속력이 필요한, 화려하지 않은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교장이 (배움의 공동체로 가기 위한 교사의 실천을) 방해한다면 어쩌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다음 교장을 기다리라"는 우스개로 말문을 연 사토 교수는 "배움의 공동체 실현 여부를 결정하는 키는 학교장이 쥐었기 때문에 안 되면 다음 교장을 기다리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작업을 함께 하도록 학교장을 독려하는 것도 교사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적 교장과 마음에 맞는 동료교사가 공존하는 학교가 얼마나 있을까? 그는 "나 혼자 혹은 생각이 맞는 몇몇 교사가 학교를 바꾼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면서 "다양한 성향을 가진 아이도 교사도 배제하지 않고 서로 포용하자는 것에서 출발한 배움의 공동체이기에 '이상한'교장과 '별로'인 동료교사가 있는 지금 이 상황이 가장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는 고민 끝내고 실천할 때
 
사토 교수는 "바로 지금, 내가 위치한 교실에서 실천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원평가 도입 논의 등으로 한국 학교에서 교실을 여는 것이 힘든 분위기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평가를 배제한 수업 연구로 교실 문을 열라"고 주문했다.
 
배움의 공동체를 완성하는 작업이 몇 년이 걸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머리로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믿음을 갖고 실천을 시작하라는 것. 그것이 30년 학교현장을 뛰며 신앙처럼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했던 노 교수의 마지막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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