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33>낯 뜨거운 '스승의 은혜'

푸르른 5월, 교사들의 마음이 퍼렇게 멍들고 있다. 스승의 날이 또 다가온 탓이다.

 

올해 학교에서는 '스승의 은혜'노래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밤낮 두들겨 맞는 교사들이다보니 과잉 칭송 노랫말에 대한 부담도 한몫했다.

 

하지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나온 <연합뉴스>기사 '주눅 든 공교육에 스승의 날 풍경도 변화'는 이상한 기사다. 이날 대부분의 포털뉴스 대문을 장식한 이 기사의 부제는 '학원가는 은사 행렬… 학교는 썰렁'이었다.

 

현재 입시학원 강사에게 선물과 촌지를 주는 행위는 더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적기가 바로 스승의 날이다. 물론 공교육 속 교사에게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긴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입시학원 강사들에 대한 그것은 자연스런 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합뉴스> 기사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 기사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강남 입시학원 강사 한 명의 사례만 갖고 공교육 교사 전체를 재단한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들을 가르친 교사를 찾는 날은 15일이다. 이날 오후엔 제자들 자장면 사주느라 눈코 뜰 새 없는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정이 이런데도 하루 이틀 전 학교 상황을 놓고 '썰렁'하다니….

 

스승의 날을 앞두고 '촌지는 물론 어떤 종류의 선물도 사절 한다'는 내용이 담긴 통신문을 보내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스승의 날,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게 하려는 배려다.

 

그런데 이런 교사들의 선행에 먹물을 튀기는 교육청의 획일주의가 끼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향신문> 14일치 보도를 보면 "전북교육청이 담임교사들에게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내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교육청도 비슷한 지시를 내렸다.

 

일제고사를 보듯 일제히 편지를 보내라고 이들 교육청의 지시가 나온 배후엔 이명박 정부 국민권익위의 지침이 있었다. 문화관광부에서 내는 <대한민국 정책포털> 11일치를 보자.

 

"국민권익위의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자율 추진 예시- 교장,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촌지근절 자정결의대회 개최.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 발송."

 

스승의 날을 맞아 MB 정부의 촌지 근절 '자율(?) 추진' 지시가 교사들의 낯을 화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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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전문기자 bulgom@gmail.com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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