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에서 5월 정신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중등 5·18민주화운동 교과서 집필팀장 장용준 교사(전남 함평고)

"이제 학교에서 5·18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월 정신을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지요."

 





항쟁 29돌을 앞둔 지난 12일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장용준 교사는 이번 교과서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전남 함평고에서 21년째 역사를 가르치는 장 교사는 광주, 전남 지역 5명의 교사와 함께 중·고등학생용 5·18 민주화운동 교과서를 집필했다. 집필팀을 꾸려 글을 쓴 지 3년여 만에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

 

지난 2006년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과연 단일 사건만을 다룬 교과서가 만들어질 수 있겠냐는 것과 설사 만들어진다 해도 학교현장에서 활용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머뭇거렸다.

 

거듭된 고민 속에서 공교육에서 5·18수업이 될 수 있는 교과서가 존재한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펜을 들었다. 80년 5월 당시 광주 송원고에 다니던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지만 "강심장이 아니어서 제대로 함께 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도 작용했다.

 

"우리들이 만들면 우리 아이들의 세계는 더 평화롭고 정의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꼭 수업시간이 아니어도 5·18을 학생들이 쉽게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쉽게 썼습니다. 그리고 사건 자체를 인식하는 것보다 5월 정신을 배워서 그 의미를 알아가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집필 교사 6명 가운데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 1명이 함께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덕 교사를 중심으로 5월 정신과 가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전남 영암의 한 민박집에 모두 들어가 최종 집필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5월 정신은 '민주·인권·평화·공동체'로 모아졌다. 그 내용은 4단원 '5·18정신 이어받기'에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로 미래를 본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의 창문에 바늘구멍을 뚫어 그 곳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역사이지요. 그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알아가고 미래상을 내다보는 것이어서 중요합니다. 5·18도 이런 구멍이예요. 그 가운데 하나가 '공동체 정신'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하나로 뭉쳐 이루어낸 사회공동체, 이것이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미래입니다."

 

그런데 교육청 인정을 받기 위해 승인 신청을 했을 때 문제가 된 곳이 바로 4단원이었다. 광주시교육청은 특정 단어와 문장 등 20여 곳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감당할 수 없는 요구였지만 집필 교사들은 "그대로 공교육에 5·18을 들여와 전국적으로 사용될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협의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조정했다. 장 교사에게 이러한 경험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역사교과서 수정을 떠오르게 했다.

 

장 교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그 전까지 아무 문제없이 가장 많은 학교에서 사용한 교과서를 집필진이 거부해도 자기 입맛대로 교과서를 고치는 건 정말 웃기는 짬뽕"이라며 "정부는 눈 뜨고 역사를 도둑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쉬운 역사가 되어야 해요. 점수 따기 위한 역사 교육으로 외우기만 하니 당연히 멀어졌습니다. 역사가 왜 중요한 지, 5·18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번 교과서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계기 수업에 사용되면 더 좋겠지만 힘들다면 학교도서관에 비치해 놓아 아이들에게 읽혀지게만 돼도 좋겠어요." 장 교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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