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분석]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교육분야

국제학교는 내국인으로 채워주고
학교에서 번 돈은 자기 나라로 가져가게 해주고

지난 5월 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2월부터 민·관 합동회의를 구성하여 토론회 등을 거친 후 마련한 내용이란다. 교육과 의료 등 10대 분야가 '유망 서비스 분야'다.
 
그런데 발표를 또 금요일에 한다. 월요일이나 화요일도 있는데,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내놓는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 발표처럼 뭔가 불리하거나 논란꺼리가 될 만한 게 있으면 주말 직전에 내놓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다.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교육분야의 주요 내용은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입학비율 확대, △과실송금 허용 등 두 가지다. 먼저 내국인 입학비율은 현행 '재학생의 30%'에서 '정원의 30%'로 잠깐 늘어난다. 송도국제학교의 편의를 위한 한시적 조치다.
 
송도국제학교는 지난 4월 완공되었지만 아직 개교하지 못했다.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등록된 학령기 외국인 아동은 5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모두 입학해도 외국인 50명에 내국인 15명(재학생의 30%) 하여 65명 정도다. 정원은 2100명인데 학생은 고작 65명이다. 유령학교가 될 판이다.
 
'정원의 30%'로 바꾸면 우리나라 학생을 630명까지 받을 수 있다. 외국인 학생 50명까지 합하면 680명이다. 2100명 정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유령학교'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송도국제학교를 '외국교육기관'으로 부르기에는 머쓱하다. 680명 중 630명이 우리나라 학생으로, 92.7%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건물만 지어놓고 문을 열지 못하면 무조건 손실이지만, 개교하면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올 9월 개교를 확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앙정부가 편의를 봐주겠다고 발표하고, 뒤이어 지역의 해당청이 확정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아닐 수 없다.
 
안을 발표만 했는데 그게 바로 되는 거냐구? 괜찮다. 내국인 학생 비율 확대는 시행령 사항이라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바로 할 수 있다. 자사고도 시행령으로 처리했는데, 뭔들 못 할까. 봐줄 때는 확실히 봐주는 정부다. "특혜다" 또는 "대구국제학교는 어쩌라구?" 등의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봐줄 때는 확실히 봐준다.
 
2100명 정원에 학생 680명 규모면 그래도 운영적자가 나지 않느냐구? 괜찮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교육기관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재정지원할 수 있다. 송도국제학교의 경우는 5년간 100억원 정도를 중앙정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메꿔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외국학교에 학생 조달해주고 세금이나 개발이익으로 손해 메꿔주고, 이거 투자할 맛 나겠다.
 
두 번째, 과실송금 허용은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가 낸 돈을 외국학교법인이 자기 나라로 가져가는 것이다. 역외 유출이다. 과실송금 허용을 왜 하냐면, 이게 되지 않아서 그동안 외국학교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용어로는 "결산상 잉여금의 타회계 전출 불허로 외국교육기관의 진출 인센티브 부족"라고 한다.
 
그래서 법을 바꿀 계획이다. 작년 6월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는데, 그걸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돈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 지역의 대형마트에 지불한 돈이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가는 '역외 유출' 현상이 국가 간에 벌어진다.
 
이처럼 국부유출을 허용해야 외국교육기관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런 기관들을 '교육기관'과 '수익사업체' 중에서 뭐라고 불러야 하나? 또한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우리 정부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미국의 한 대학은 파트너 물색 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그걸 들어주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바에는 그냥 국민의 세금을 외국에 주는 게 낫다.
 
그런데 과실송금 허용은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내 다른 지역에만 해당한다. 당연히 제주도 분들이 "우리도 과실송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괜찮은 국제학교나 외국교육기관은 제주도만 있으면 된다"라는 또 다른 목소리도 예상된다. 하긴 수도권인 인천과 달리, 비행기와 배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제주는 바다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분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둘러싸고 제주도 분들과 수도권, 수도권과 다른 지방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번 방안은 '서비스산업 선진화'라고 명명되어 있는 것처럼, 철저하게 산업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본다. 방법은 일단 개방이다. 개방해서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면 국내 교육서비스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고, 그런 다음에 수출하자는 거다. 어디로? "국제적 수준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고등교육 시장 진출 기회 확보", 동남아다.
 
그런데 이런 청사진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 동안 사람이 직접 바다 건너 유학을 갔다. 주로 영미권 유학을 다녀와서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터를 잡는다. 재밌는 점은 이 다음이다. 1세대 유학파는 2세대 유학파와 3세대 유학파로 이어지고 점차 그 수도 늘어난다. 1세대 유학파가 우리 학문의 기틀을 잡은 다음에 후학들을 키우면 될 법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괜찮은 학생에게 오히려 유학을 권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만 공부한 후학들은 쉬이 인정하지 않는다. 국내 대학원의 박사과정 미달은 괜히 벌어지는 게 아니다.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외국교육기관이 소위 '선진 교육기법'을 전수하여, 우리 교육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까? 아니면 '영업비밀'은 숨긴 채 '맛배기'로 낚시하면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본국으로 이송하는 징검다리가 될까? '국내용 경쟁'을 위해 조기유학을 보내는 우리의 잘 사는 분들이 과연 국내에 있는 분교와 본국에 있는 본교 중에서 무엇을 선호할까? 꼭 해봐야 아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란다. 다른 지역에서 '차별이다'라고 제기할 사안을 선진화라고 칭한다. 한국인 학생을 조달해주고 역외 유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선진화란다. 한동안은 학원산업을 키우더니, 이번에는 외국교육산업의 국내 진출을 돕는다. 정부가 나서서 판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국내 사학의 영리행위 허용이다. 뭐, 한국 사학의 영리 행위 보장을 허하는 것도 충분히 '선진화'가 되겠다.
 
교육 '산업'의 전성 시대가 멀지 않았다. 물론 '교육'의 전성시대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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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 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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