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행복한 조합원 3인 3색: 18년 동안 꿋꿋하게, "외롭지 않았다"

나홀로 조합원
김정숙 교사 (안성 가온고)

"당시 해직된 선배 언니가 안성지회 사무실을 알려줬어요. 캄캄한 지하에 사무실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웃음)"
 
김정숙 선생님은 전교조와 인연을 그렇게 시작했다. 그 때가 1991년. 18년째 근무 중인 지금의 학교에 부임하던 해였다. 전교조는 아직 합법적인 노동조합이 아니었다. 조합원이 대량 해직된 상황이었고 사립학교 교사가 선뜻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 시기였다.
 
"당시 안성지회 선생님들이 조합원 정식 가입을 말렸어요. 사립학교니까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른다면서. 그래서 합법화 될 때까지 후원회원으로 있었어요. 전교조가 합법화하면서 저의 실체를 드러냈죠."
 
김정숙 선생님은 교사가 되면 전교조와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 임용장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고, 합법적인 지위도 없었지만 주저 없이 전교조를 선택했다. 재직 중인 학교에는 조합원의 그림자조차 없는 살벌한 시절이었다.
 
가입한 까닭이 있었다. "방학마다 전교조에서 마련한 연수 프로그램을 줄줄이 꿰고 있었어요. 쫓아다니느라 신났죠. 의지를 많이 했어요." 비합법 시절이 훨씬 재미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그가 들려준 말이다. 갓 부임한 사립학교 교사에게 전교조가 힘이 되었고, 신명을 차리도록 했던 것이다.
 
비합법 시절 함께 어울렸던 안성의 국·공립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드러나는 활동은 더욱 움츠러들게 됐다. "국·공립 선생님들이 계속 남아있었으면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을 텐데, 정들면 떠나기를 반복해서 마음이 지쳤던 것 같다"고 했다. '나홀로 조합원'으로 지내면서 겪은 마음의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나홀로 조합원으로 20여 년을 지내면서 외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선생님은 대답했다. "외롭지는 않다. 너무 조용히 지내서 그런지 전교조에 가입했다고 특별히 괴롭힘 당한 것도 없다. 예전에 교장 선생님이 전교조를 그만 두면 어떠냐고 물어본 적 있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교총에 가입돼 있어서 안 한다고 말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전교조를 비판하는 세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교조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기대치가 가혹하다고 했다. "전교조가 노동조합이니까 노조활동을 하는 게 당연한데 사람들은 전교조에 너무 기대치를 불어넣는다. 교총에는 그렇게 요구하지 않으면서 전교조가 뭐라고하면 욕부터 한다."것이다. "전교조가 스스로 반성하며 가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데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전교조 활동에 예전처럼 관심을 두지 못한다면서도 "누가 전교조에 대해 뭐라고 하면 불쾌하다"고 했다. 여전히 전교조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교직 생활을 끝내는 날까지 조합비를 내겠다"는 말보다 더 큰 애정 표현이 어디 있을까.
 
다음 달 29일이 출산 예정일인데 아이의 태명을 '지혜'라는 뜻의 불교 용어인 '반야'라고 지었다고 한다. 태어날 아이가 지혜롭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물색없이 공부만 잘 하는 아이보다는 지혜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건 영락없이 전교조 선생다운 작명법이었다. 부디 건강한 아이 낳아 지혜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오래도록 함께 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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