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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교사(전주 송북초)
거리낌이 없다. 부담스러워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 생각을 편하게 얘기하면 되는 거잖아요. 좋아요, 할게요." 전교조에서 가장 젊은 조합원 교사를 만나기 위한 사전 전화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생기, 발랄'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전북 전주에 있는 송북초등학교에서 영어전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박진영 교사는 올해로 23살. 1987년생으로 초등학교를 1986년생과 함께 시작했다. 그리고 올 3월 2일 선생님이 돼 처음으로 아이들 앞에 섰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낯설지 않아요. 교생실습도 했고 학교 안에서는 그냥 하나의 호칭으로 통해서 그런지. 그런데 학교 밖에서 그 단어를 들으면 왠지 무서울 때도 있어요(웃음). 전에는 철없이 행동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실수해서 저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이 욕 먹을까봐 조심해요."
'선생님'라는 직업에서 오는 사회적인 무게감 탓이다.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아빠, 엄마가 '안정적인 직장'이라며 전주교육대학교를 추천했을 때도 그냥 그랬다. 그러던 2007년 3학년이 되던 해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총학생회 일을 거들면서 '교사'가 마음에 들어왔다.
"일이어서 하긴 했지만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공부방에도 찾아가고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교육이 왜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전교조가 주최하는 행사도 정말 좋았고. 제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왜 3학년 때 알았을까. 1·2학년 땐 뭘 했나 몰라요(웃음)."
그해 여름 부안의 한 학교에서 '전교조 선배'들과 2박 3일 동안 '동고동락'한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더욱 나은 교육을 위해 정말 열정적으로 사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자신도 그런 교사가 돼야겠다고 박 교사는 생각했다. 자연스레 전교조는 곁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선뜻 가입을 못했다. "왠지 모를 벽이 느껴졌어요. 100%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고 강압적인 분위기도 느껴졌고 언론에서 보여주는 부정적인 면 때문에 망설였어요"라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전교조 교사'가 된 건 지난 4월 초였다.
"(웃으며)선배들의 끈질긴 권유 때문에. 무엇보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은데 전교조가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서 좋아요. 저는 정말 수업을 잘 준비해서 재미있게 수업하고 싶거든요."
이제 두 달 가까이 된 새내기 조합원 눈에 비친 전교조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을까. "전교조 선생님 중에는 말은 진보적이면서 행동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런 분들 때문에 안 좋은 얘기가 들리는 것도 같고. 하지만 일부 선생님들의 잘못이지, 전교조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죽지 말고 자율형사립고 같은 학교로 더욱 양극화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바꾸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난 15일 생애 처음으로 맞은 스승의 날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카네이션도 안 달았네요. 교과전담이라 그랬나. 그래도 아이들한테 편지를 5통이나 받았는걸요. 받아쓰기 과제 내는 거 빼고는 다 좋데요. 하하" 박 교사가 환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