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1>성불사 절집 개 만복이

집 근처에 성불사라는 절이 있다. 안내판에는 절을 지은 게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되어 있으나 그런 고담스런 품격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절마다 붐으로 일고 있는 불사 증축의 하나로 깎고 다듬고 덧세운 흔적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 절 입구에 집이 한 채 있다. 옆에 세워놓은 장승과 지붕의 높이가 엇비슷하니 낮고 볼품없고 허름한 집이다. 짙은 회색으로 코팅된 유리창에 '고려불교미술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집 앞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유리창 그 너머의 세계에 호기심을 갖는다. 대체 뭐하는 집일까? 사람이 사는 것 같긴 한데 좀처럼 볼 수가 없다.

 

만복이는 그 집 마당에 묶여 있는 개다. 누굴 보아도 짖지도 않고 별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 무심한 개다. 차 두 대 정도 주차시킬 만한 조붓한 집 마당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내가 그 개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절의 스님이 그 개를 보고 "만복아"하고 부르는 소릴 들어서이다. 그 개는 다리가 짤막하여 배가 땅에 닿을 듯하다. 두 주먹 크기만 한 머리 양 쪽에 귀가 납족하게 달렸는데, 겉보매 완전 똥개는 아니고 국산과 외래종의 잡종쯤 되는 것 같다.

 

나는 녀석과 일 년 째 알고 지내고 있다. 알고 지낸 건 그렇지만 부쩍 친해진 건 지난 겨울을 넘기면서부터다. 우리 집이 천안 태조산 쪽에 있다 보니 시간 날 때마다 산에 가고 절에도 들른다. 그러다 보니 자연 겨울을 나는 새들을 자주 보게 되었고, 눈이라도 내린 날이면 먹이가 부족해 새들이 땅에 가까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산에 갈 때마다 새 먹이를 가져갔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다듬어 모은 멸치 대가리나 잘게 썬 고구마 조각, 먹다 남은 떡이나 빵 덩어리 같은 것들이다. 나는 그것들을 가져다 인적이 드문 곳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나무 뒤에 숨어 새들이 내려와 쪼아 먹는 것을 지켜보곤 하였다.

 

그렇게 산에 다니다 보니 자연 그 집 앞에 있는 만복이와 맞닥뜨리게 되었고, 새 먹이를 덜어 녀석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그 후부터 만복이는 나만 보면 저만치서부터 목에 걸린 끈을 끌고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다. 외로워서일까? 배고파서일까? 아마도 배가 고파서인 것 같지는 않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개 밥 그릇에 만복이가 식사한 흔적이 있었다. 똥자루가 제법 굵은 똥도 한 곳에 모아져 있었다.

 

그렇다면 외로워서인 것 같았다. 어쩌면 만복이는 태어날 때부터 외로울 팔자로 태어났는지 모른다. 다른 개들은 주인을 잘 만나 애완이다 애견이다 하여 웬만한 인간보다 더한 호사를 누리는데, 어떤 개들은 또 사랑하는 님을 만나 동네 골목을 누비며 사랑 놀음에 빠지지도 하는데, 만복이는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새 소리와 이따금 절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에 가만히 앉아 좌선하는 일 뿐이니 얼마나 외로움에 사무쳤겠는가?

 

어느 날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줄에 묶여 있는 녀석을 잠시만이라도 해방시켜줘야겠다는 거였다. 뛴다는 게 무엇인지, 다른 개를 만나 냄새 맡고 꼬리를 살랑대며 사랑을 나누는 게 어떤 것인지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주인에게 붙잡혀 다시 묶이는 한이 있더라도 생애 단 한 번이라도 '자유'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사방을 둘러본 후 개 줄을 풀었다. 내 가슴이 벌룽벌룽 뛰었다. 내 목에 매인 줄이 풀리는 것 같았다. '자, 어서 가. 가서 네 마음껏 세상을 뛰어다녀.' 나는 만복이게 속삭이며 녀석을 가만히 옆으로 밀었다.

 

헉!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줄을 풀어주자마자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아날 거라는 생각과는 정반대로 만복이는 아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움직이기는커녕 오히려 발밑에서 강종강종 뛰며 꼬리 치며 온갖 아양을 다 떠는 것이다. 나는 빨리 가라고, 주인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녀석을 밀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럴수록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아양만 떨어댔다.

 

잘못하면 개 도둑으로 몰릴 판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다시 녀석의 목에 개 줄을 채웠다. 묶인 채 평생을 살다 갈 만복이가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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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 만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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