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대학 등록금 천만원도 모자라 고교 등록금까지?

자사고 중단 촉구 길거리 교실 열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교육을 시킨다는 것의 어려움은 말로 할 수 없는 것 같다. 30분이라는 시간, 제대로 인사하면 끝날 것 같은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난 25일 서울 노원역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는 자율형사립고를 주제로 ‘시민과 함께하는 길거리 교실’의 첫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을 보기 위해 모인 50여명과 지나는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 교실 강의 첫 주자로 나선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은 두 자녀의 아빠로 자신을 소개하며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자사고, 또 하나의 입시 명문고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둘째의 독기는 대단합니다. 아이가 한 번 화를 내면 온 집안이 눈치를 보느라 바쁘지요. 애가 왜 저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를 집에와서 모두 풀어내는 것이더군요. 제 고교 시절 꿈은 대학만 가면 이 지긋지긋한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나보다 6~7배는 더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면서 저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맘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지난 25일 노원역 앞에서는 자사고 설립 중단을 촉구하는 '길거리 교실'이 열렸다. 유영민 기자


“교사가 아무리 인성교육 열심히 해도 대학의 서열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평가 방식이 있는 한 학교는 경쟁구도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율형사립고 역시 과학인재 육성을 내세워 설립됐지만 좋은 대학 잘 보내는 학교가 된 과학고처럼, 입시위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학교가, 시험문제 푸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화려한 수사들을 붙였지만 자사고 역시 또 하나의 입시 명문고일 뿐이란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길 가던 이의 발길을 붙잡다

“저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하지만 둘이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대학생 첫째의 천만원 대학 등록금과 고교생 둘째의 월 70만원 이상의 학원비로 인해 저축한 푼 할 수 없는 가난한 부부입니다.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좋다는 부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현실은 그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서민 가계는 무너지는데 고교부터 천만원 등록금을 내야하는 자율형사립고를 만들어야 합니까. 저는 평생 벌어 좋은 옷 한 벌 사입지 못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릴 틈도 없이 교육비를 위해 올인 하는 인생을 저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길거리 교실 옆을 지나던 중년의 부부는 ‘맞는 말이네’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는 한참을 서서 경청했다.


취업 걱정에 직업군인이 되겠다는 아이

그의 아들 이야기 역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길거리 교실을 찾아온 가족이 자사고 설립 반대 선전지를 함께 보고 있다. 유영민 기자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군에서 장기 복무를 하게 되면 집, 자녀 교육비, 적당한 급여를 보장해준다는데 졸업해서 변변찮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더군요. 저희 아이는 YMCA 방식으로, 자율을 넘어 방임의 경지에서 키운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직업군인이 되겠답니다. 우리 사회가 내 자식을 꿈도 꿀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한 국민으로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펐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노력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나라,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세끼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서민과 가진 자가 상생하는 나라를 원합니다. 하지만 귀족학교 자율형사립고는 이런 나라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가정 속에서 느낀 교육의 문제를 풀어내는 그의 강의에 참가자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자사고 반대 퍼포먼스 이어져

이학영 사무총장의 강의가 끝나자 문화공연이 계속됐다.

참교육학부모회 회원들은 대중가요 ‘무조건’의 노래 가사 바꾸기를 통해 자사고 문제점을 전하는 문화공연을 진행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자사고 판대 만평으로 인간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길거리 교실이 끝난 뒤 같은 자리에서는 지난 해 광우병 촛불 이후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50차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노원촛불 문화제가 계속됐다.

노원구에서는 대진고와 대진여고가 자율형사립고 전환을 신청한 상태다. 노원촛불의 퍼플레인 씨는 “자사고 전환신청을 한 대진고와 대진여고에 진학하는 지역 5개 중학교 지역에서 자사고 반대 서명을 받거나 선전전을 하면 학생들은 잘 몰랐다거나 먼 거리로 통학할 일을 걱정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자사고 대응 공동행동은 이날 강의를 시작으로 7월 11일까지 오후 6시반부터 조계사(26일), 양재역(27일) 등에서 길거리 교실을 이어간다. 강사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소장,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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