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자사고, 다른 인문계고 ‘따라지 학교’ 만들 겁니다”

자율형사립고 반대 길거리 교실 3번째 수업, 박명기 서울교육위원의 우려

“이명박 왔니?” “공정택 왔니?” “안병만 왔니?”

지난 27일 오후 7시6분 서울 양재역 1번과 2번 출입구 사이 분수대 옆 길. 지난해 10월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학생들에게 시험을 볼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 당한 김영승 교사(서울 세화여중)가 출석을 불렀다.
지난 27일 서울 양재역 근처에서 박명기 서울시교육위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문제점을 강연하고 있다. 유영민 기자

아무런 대답이 없자 김 교사는 “자사고에 대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이런 곳에는 오지 않고 어디 있는 건가요?”라고 다시 물었지만 역시 답이 없다.

“교육은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복지로써 경제력에 관계없이 질 좋은 공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 오셨습니까?”라고 김 교사가 다시 묻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고등학교 카스트제도 나타나게 됐다

자율형 사립고를 반대하는 길거리 교실 3번째 수업은 담임교사의 출석 점검으로 시작됐다. 이어 이날 강연을 맡은 박명기 서울시교육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교육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박명기 서울교육위원은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현재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운영위원 등으로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서울에 인문계고등학교가 몇 개 있는 줄 아세요? 사립이 142개, 공립이 90개가 있습니다. 사립학교 비율이 훨씬 높죠. 그런데 자율형 사립고라는 걸 세워서 등록금 책정도 자유롭게 하라고 하고 교육과정도 마음대로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고 싶다고 신청한 학교가 33개 학교예요. 21%가 이런 학교가 되고 싶다는 겁니다. 5개 가운데 1개 학교네요. 게다가 50%이상의 내신 성적 자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고 많은 등록금을 내도록 하면 나머지 80%의 학교는 이른바 말하는 80%의 따라지 학교, 2류, 3류 학교가 될 겁니다.”

12년째 활동한 교육위원에 걸맞게 박명기 위원은 구체적인 통계와 공정택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의 내부 사정 등을 얘기하며 자사고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이런 학교는 사교육비 팽창을 반드시 가져 옵니다. 지금도 바로 특수목적고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엄청 나거든요. 심지어 유치원에서부터 여기에 맞는 수업을 시키느라고 난리입니다.

그런데 현재 특목고에 배가 넘는 자사고가 생기면 사교육비가 얼마나 오를지 불 보듯 뻔 하지요. 이대로 추진된다면 서민들의 자녀는 따라갈 수도 없는 학교가 나오는 겁니다. 이는 고등학교 카스트제도로 이어질 겁니다. 학교 간 격차를 벌려 그렇게 됩니다.

얼마 전 밝혀진 고려대 입시가 그랬지요. 어떤 외고에서 282명이 수시 서류 전형에 지원을 했는데 251명이 합격했습니다. 다른 인문계고에서 3년 내 1등한 학생을 떨어졌구요. 내신만 본다고 그랬는데도 그랬습니다. 이게 정당합니까. 사실상 외고에 특혜를 준 것입니다.”

“자사고 그냥 두면 사회양극화 가속시킬 것”

박 위원의 강연을 경청하던 40여명의 시민들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위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또 교육과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것은 필연적으로 국영수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입시명문을 만들겠다는 것이구요.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파괴하는 하게 됩니다.

이런 학교 그냥 설립되도록 나둬야겠습니까?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자들과 나눠져 교육을 받고 이는 그대로 사회양극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막아내야 합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박 위원이 강조했다.

강연을 끝난 뒤 놀이패 걸판의 자사고와 이명박 교육정책을 풍자한 공연이 펼쳐져 흥을 돋우기도 했다.

3일간의 길거리 교실을 마친 자율형사립고대응공동행동은 오는 29일부터 7월11일까지는 월요일과 수요일, 토요일 3일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등의 명사 강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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