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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문제삼아 교사를 학교에서 내모는 건 죄악이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던 시절의 뿌듯함과 행복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남아있기에 지금 이 정부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재잘대는 아이들 속에서 비로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시위 전력'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 교문 밖에서 낭인으로 지낸 1년 동안 뼈저리게 배운 경험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지난 겨울,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맑은 영혼을 가진 선생님들의 교육자로서의 생명을 끊어더니 아이들 앞에 당당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평범하고도 작은 외침에 또 다시 대량 살상의 칼날을 들이대려고 한다. 교육현장을 눈물과 상처로 얼룩지게 한 죄악은 시간이 지나도 반드시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본다.
심지어 시국선언에 참여한 1만 7천명이나 되는 선생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징계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교육당국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안쓰럽다. 전교조 결성 당시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선생님들을 "빨갱이 교사"로 낙인찍고 발길질을 해대던 광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 싶다.
서명에 참여한 1만 7천여 교사들이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 의무와 집단행위 금지를 위반했다 한다. 교원노조법상 금지된 정치활동을 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보수 교원단체에서 정부를 향해 수없이 퍼붓던 정치적인 공격까지는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된 사립학교법을 거부하며 교육자들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할 때에는 쩔쩔매던 교육당국이 일사분란하게 죄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코미디에 가깝다. 교육자로서 특정한 아이들을 미워한 나머지 이성을 잃고 매질을 가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징계를 강행하는 교과부는 앞으로 교육을 말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회복"이 불온한 정치이념인가?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고 끌고가는 것이야 말로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와 후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애초 야당이 뭐라 하던지 간에 학교학원화, 일제고사, 교과서 수정, 국제중 설립을 밀어붙이고 특권교육을 고집하는 현 정부에게서 소통과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이토록 막무가내로 국민을 무시하고 정치권을 조롱하는 행태는 차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앞으로 정부가 징계 교사들과 함께 내팽개친 교육자적 도리와 양심,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에 교사들과 정치인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 이를 되찾는 것이 공교육을 살리고 아이들을 살리는 기본이며 '신성한 교육현장'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