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아이들 영향주는 선생님 많아졌으면

시국선언 동참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소설가 김중미 씨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린이 책을 쓰고 그리는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사는 곳'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중략)… 진실로 행복한 어린이 책을 위하여,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서민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자들을 매섭게 꾸짖을 것입니다."


 
1만 7천여 명의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창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교조 본부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던 지난 3일 아침, 한 일간지에는 시국선언문이 '또' 하나 햇살처럼 떠올랐다. 어린이 책을 쓰고 그리는 이들 262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정리돼 있고 '진실로 행복한 어린이 책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어린이 책 작가 시국선언문'이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소설가 김중미 씨의 이름도 그 가운데 오롯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김중미 씨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괭이부리말(인천 만석동의 별칭)에서 청소년 공부방을 꾸리며 삶으로 세상에 발언하고 참여해왔다. 이런 삶의 이력으로 본다면 그의 이름이 시국선언문에 있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강화도에 살면서 인천을 오가며 공부방 일과 집필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강화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비롯해 용산 참사,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등에 대한 지적들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서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올해 아동문학 하는 이들 몇몇이 마음을 모아서 카페를 개설한 게 시작이다. 용산참사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MB정권 이후 도시빈민들이건 교육이건 모든 상황이 너무 심해져서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시국선언은 처음이다. 문제는 이렇게 시국선언을 해도 끄덕도 안한다는 거다. 정말 대단하다. 얼마나 더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자꾸 해야 한다."
 
- 학부모 입장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전교조가 그동안 너무 작아지고 오해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하는 것이라 반갑고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좀 더 사회 현실에 대해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아이들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영향을 주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작가로서 창작과정에서 위축되거나 자기검열 강화는 없나?
 
"내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작가도 아니고(웃음)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황폐해져가는 데 고민이 깊다."
 
- 공부방 운동을 20여년 이상했는데.
 
"가난한 농촌 지역이나 빈민지역 아이들이 느끼는 주변부의 삶이 심각하다. 학력수준이 낮다는 것 때문에 보충수업이 많다. 중학생도 올해부터 보충수업을 한다. 심지어 0교시까지 생겼다. 아이들은 '명박이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아이들도 느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억압이 심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 내가 보기에 학교는 이미 죽은 것 같다."
 
-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창작에 반영하는지?
 
"청소년 소설 가운데 좋은 것들도 있지만 시대의 부조리에 깊이 있게 천착하는 소설은 없다. 작가들이 일부러 정면대결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더라도 청소년 문학도 적극적으로 아이들한테 말걸기를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앞으로 계속할 것이다."
 
- 정부나 교과부에 하고 싶은 말은?
 
"일단은 제정신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가진 좋은 기질이 다 망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기계로 만들어 가능성의 싹을 다 잘라내고 있다. 어떻게 이토록 철통같을 수가 있나? 다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여기에다 무슨 말을 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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