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평가를 강제로 보게 한 교과부가 교과학습 부진아를 지도하라면서 해당 학년에서 배우지도 않을 내용을 보정자료로 만들어 보냈어요.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요?"
충북지역에서 초등교사로 일하고 있는 신 아무개 교사는 9일,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경기도교육청이 만들어 전국 5000여 개 초등학교에 돌린 '교과학습 부진학생 교정을 위한 보정자료'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과부 제공 부진아 자료 살펴보니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보낸 지난 6월 초 공문을 보면, 교과부는 이 자료를 "교과학습 부진학생 지도에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올해 3월 31일 치른 일제고사식 진단평가 결과 부진아로 판별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교과부 제공 유일한 자료인 셈이다.
이 자료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년별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권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자료가 해당 학년 교육과정에도 없는 엉터리 내용을 담고 있어 교사들이 당황한 것이다.
초등 5학년 자료의 경우 사회과 자료로 나온 '생각이 자라는 역사'란 제목의 책을 들춰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사에 대한 부진아 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학생들이 배워야 할 5학년 사회 교육과정과 교과서에는 한국사 내용이 전혀 없다.
이 밖에도 국어,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도 교육과정과 다른 엉뚱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사실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자료의 내용 또한 수준이 높은 학생도 풀기 어려운 고난위도 문제가 실려 있는 등 부진아 지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이 자료는 서문에서 "자료의 내용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 내용 요소로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2007년 개정교육과정(7.5차 교육과정)의 경우 초등 4학년은 2010년부터 5, 6학년은 2011년부터 차례대로 적용된다. 올해 학생들은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로 공부하지 않고 있으므로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만든 부진아 자료는 엉뚱한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전교조 "무능력, 무대책 증거", 교과부 "융통성 있게 가르쳐라"
방대곤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올 초 일제고사 명분으로 부진아 책임지도를 내세운 교과부가 이런 허무맹랑한 내용의 자료를 만들어 전국 교사들에게 돌린 것은 경악할 일"이라면서 "이는 일제고사 만능주의에 빠진 현 정부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무대책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효율성을 위해 앞으로 바뀔 교과서에 대비해 부진아 지도서를 만들다보니 (학교 적용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교과서와 맞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적용될 교육과정에 맞게 부진아 지도 자료를 제작, 배포한 것"이라면서 "학교 차원에서 융통성 있게 자료를 학년별로 교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