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시국선언, 교사의 의무이자 양심입니다"

김현주 수석부위원장이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김현주 단식농성단장(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사진 임정훈 기자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방학이 거의 끝나가는군요. 아니 이미 개학 한 학교도 있겠네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합니다.

어서 아이들 곁으로 가 국어도 가르치고 수학도 가르치고 같이 급식도 먹고 옆 반 선생님과 수다도 떨고 싶네요.

여기는 조계사 단식농성장입니다. 8월 14일부터 16개 시도지부장님들과 함께 표현의 자유와 시국선언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시국선언을 할 때는 누구도 시국선언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또 단식농성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상식에 근거한 판단이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그렇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건강한 상식을 기대하는 일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매일 매일 공부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삶터를 뺏길 수 없다는 철거민들이 불에 타죽고,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쌍용자동차에서는 80년 5.18광주의 진압이 재연되었습니다. 또한 동네 부녀회장 선거만도 못한 상황이 국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사는 어떤 존재입니까? 이 시기에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단 한 번의 일제고사로 2009년의 여름방학은 시험을 대비한 보충수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교과서는 위정자의 입맛대로 바뀌어지고 있으며 대학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 고등학교가 입시명문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학교급식에 광우병쇠고기가 들어와도 우리는 무방비상태이며 전국의 학교가 성적이 공개되어 순서가 매겨진 채 인터넷에 떠도는 걸 머지않아 볼 것입니다. 아이들은 꿈과 장래희망을 생각하기 전에 자살을 먼저 떠올리고 그리고 시들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시국선언은 정당하다 못해 의무이기도 했습니다. 권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 전교조이고 참교육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전교조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들은 도종환 선생님의 강연이 생각납니다. 일제시대 교사의 이야기입니다. 제자들을 위해 자신의 박봉마저 아깝게 여기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까지 찾아가 글을 가르치기도 했지요. 참으로 열과 성을 다해 후세교육에 일생을 바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분이 그토록 열심히 했던 교육은 황국신민화 교육이었으며 그리 열심히 가르쳤던 글은 일본글이었습니다. 교사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하지 못하면 어쩌면 우리는 안 한 것만 못할지도 모르는 교육을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시국선언은 거창하게 말하며 시대의 요청이었고 또 다르게는 양심이었습니다. 정권 물러가라는 말도 불편하게 여기실 국민들이 있을까싶어 정책방향을 바꾸고 국민과 소통하라는 것이었지요. 이 소박한 교사들의 외침에 징계의 칼날밖에 들이댈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교사의 적이 되었으며 교육의 적이 되었습니다.

조합원여러분!

저희들의 단식농성이 당장 징계를 철회시키고 현 정부의 국정기조를 바꿔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소한 여기 농성중인 20여명의 투쟁으론 어림없는 일이지요.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모인 촛불이 그렇게 큰 힘을 발휘했듯이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태산같이 믿고 있습니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인식이 올바른 교사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더불어 함께 행복한 2학기 되시고, 동지들과 더불어 교육을 바꿔내는 힘찬 2학기가 되길 바랍니다.

2009년 8월 17일 조계사 농성장에서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김현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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