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40>저들의 작명법

사물을 규정하는 대표 언어는 바로 이름. 따라서 이름 짓기는 바로 꼬리표 붙이기라고 할 수 있다. 듣기 좋은 이름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반면 나쁜 이름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이다.

 

날마다 이름을 짓는 작명소가 있으니 다름 아닌 신문사다. 이들이 생산한 이름들이 우리교육을 만들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고 있다.

 

어느덧 평준화교육은 붕어빵교육(<중앙일보> 7월 15일치 사설)이 되었고, 대입 3원칙(본고사·고교등급제·기부금입학제 금지 원칙)은 3불 정책(거의 모든 신문)이 되어 버렸다.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는 좌편향 교과서(<조선일보> 2008년 8월 5일치)로 전락했다.

 

참교육은 친북반미교육(<동아일보> 2008년 6월 19일치 사설)으로 매도됐고, 전교조에게는 좌파홍위병 교육 집단(같은 사설)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 같은 작명법은 정권차원에서 진행되는 느낌이다. 대표 본보기가 대입자율화, 4·15학교자율화 추진계획, 자율형사립고 따위와 같은 '자율화 시리즈'다.

 

권위주의에 빠진 정권일수록 이를 감추기 위해 빼드는 무기가 바로 정반대 언어 훔쳐오기다. 최근 청와대가 벌이고 있는 '서민 놀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선거전술에서 많이 쓰인 상징조작인 셈이다.

 

나팔수를 자처한 것은 보수언론이다. 교육의 자율화 프레임을 퍼뜨리기 위한 언론보도는 끈질기고도 끊임없이 매일 아침 국민들의 뜰 앞에 배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징조작을 이겨내기 위한 운동도 펼쳐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학업성취도평가와 교과학습 진단평가 따위를 일제고사로 보도하는 언론들도 많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이 그렇다.

 

더구나 <한겨레>는 자율형사립고의 줄임말을 '자사고'로 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율화 프레임을 견제하기 위한 숨은 노력의 결과다. 자율형사립고를 놓고 대부분의 언론은 '자율고'란 줄임말을 쓰고 있다.

 

"나이스에 성적 입력 다 했어요?

 

"네이스에 성적 입력 다 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전 상당수의 학교에서 벌어진 관리자와 교사들의 대화 내용일 것이다.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놓고 벌어진 2002년 논쟁의 결과다. NEIS를 나이스(nice)로 이상하게 발음하는 교사들이 많아진 탓에 에듀파인(edufine)이 또 생길 판이다. 이 시스템은 교사들이 학교 돈 관리까지 해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란다.

 

이런 데도 '파인(fine) 파인!' 만을 외쳐야 할 것인지. 제발 '제 이름 찾아주기 운동'에 나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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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 , 평준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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