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목소리는 교실이 아닌 학교 옆에 조성된 '갈계숲' 한 쪽에서 들려왔다. 숲에 마련된 천막에 모여 앉아 2명의 교사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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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민우는 '물고기 잡고 싶다', '풀 뽑고 싶다' 등을 하고 싶은 일로 적었다. 50여 미터 떨어져 '북상초등 마을학교' 천막교실을 지켜보던 민우 엄마 김광자 씨는 "학교에 가지 않고 여기에 와 있는 것 자체가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민우처럼 개학날 학교에 가지 않고 마을학교에 참석한 학생은 북상초 전교생 42명 가운데 30명이나 됐다.
북상초 학부모들은 석 달 전인 지난 6월1일 만해도 한층 더 발전된 북상초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2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교장공모제 시범운영 지정학교'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김석근 부학운위원장은 "짧은 임기를 채우고 가는 교장이 아닌 시골학교에 대한 미래와 열정을 지닌 교장선생님을 직접 모셔 교장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달 31일 정년퇴임한 김 아무개 교장까지 포함해 4명의 교장이 연속으로 북상초에서 정년을 맞았다. 교감까지 포함하면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퇴임 관리자가 있었다. 이 날 부임해 첫 업무를 본 오 아무개 교장 역시 내년이면 정년이다. 퇴임을 앞둔 교장과 교감들이 오면서 농산어촌 학교가 교육의 현장이 아닌 교직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학부모들이 교장공모제에 힘을 쏟는 이유였다.
6학년 딸이 천막에서 공부하는 정주은 씨는 "처음에 아이를 학교에 보냈을 때 선생님 절반 이상이 60대였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어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아이들을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고 싶은 마음에 5년 반 전에 북상면에 들어왔다. 그러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학교를 이끌어주실 분이 필요하다"것이 정 씨의 믿음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학교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교장과 교감이 이렇게 교단을 떠나고 교사들도 단지 점수를 따기 위해 오는 학교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됐겠냐"며 혀를 찼다.
북상면 모든 주민이 북상초 지키기에 쏟는 교장공모제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하나의 선택이었다. 김광자 학운위원은 "교장공모제로 교장이 오면 자율학교 운영 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학교 발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6월 공개한 폐교위기 농산어촌 작은 학교 성공사례를 보면 경기 양평군 조현초 등이 교장공모제로 특화된 교육과정 운영과 방과후 교육활동,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동체학교운영 등으로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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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바람은 지난 7월 31일 경남도교육청이 북상초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을 취소하면서 깨졌다. 3차 학운위 심사에서 4명의 학부모위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만점을 주고 다른 후보에는 0점을 주어 짬짜미(담합)를 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개인별 평가 점수 비공개 원칙까지 어기면서 학부모위원들의 채점표만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위원들은 교육청이 제시한 심사점수 범위 내에서 북상초교 발전에 가장 적합한 사람에 점수를 줬고 어떠한 입맞춤이나 조율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계숲에서 복지회관 2층 강당으로 옮겨 놀이를 한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쏟아져 나왔다. 복지회관 앞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 마련된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음식은 학교에서 짠 식단에 따랐다. 점심을 먹고 하교하는 아이들의 등 뒤로 현수막 3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북상초 꿈과 희망인 교장공모제 그날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