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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터 말씀드리자면 시민사회단체의 회원이나 후원자가 돼 주시기를 제안합니다. 이런 제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연대 사업을 맡은 후 단체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입니다. 재정의 어려움에 허리를 졸라매면서도 한결같은 열정으로 일하는 단체 활동가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접하기 전까지는 저도 이름이 알려진 몇몇 단체들의 활동에 눈길을 두는데 그쳤지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충분히 짐작할 수는 없었지요. 선생님들도 비슷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보도를 통해 간간이 접하셨겠지요. 전교조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민단체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은 예외 없이 갖가지 방법으로 옥죄고 있습니다. 재정지원을 끊어 활동을 못하게 하는 악랄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뜻에 공감하며 후원했던 기업들을 압박해 기부를 못하게 하거나 함께 하던 사업을 중단하게 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재정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활동비를 삭감하기까지 한 단체도 있지요. 심각한 단체의 경우는 그나마도 몇 달 밀려 지급하거나 임원들은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단체 활동가들을 만날 때마다, 회의를 위해 다른 단체 사무실을 갈 때마다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합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참 미안합니다. 일은 많아지고 조건은 열악해지는데도 기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일하는 모습은 정말 고맙습니다.
단체들의 어려움을 접하면서 전교조 결성 직후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곤 합니다. 선생님들도 기억하시지요? 그때의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견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해직된 1,500여명 선생님들의 생계비와 조직운영을 위한 비용이 절실하던 때 여러분들이 발벗고 나서 후원회를 만들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셨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국민들이 너도나도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힘으로 해직선생님들은 춥고 힘든 시기를 견디고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엄혹한 탄압에도 전교조는 신뢰받는 단체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면 그 후원이 경제적 도움만 준 데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후원하신 분들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은 우리가 열정을 사를 수 있게 하는 근원이었습니다.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헌신하도록 하는 채찍이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재정 자립과 독립적 운영을 기본 원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단체마다 회원 수는 조금씩 다르지만 1천여 명의 회원으로 인건비, 사업비, 경상비 등을 쪼개어 쓰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활동가들의 활동비 수준이 어떠할지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지역의 단체들은 더 열악한 곳도 많겠지요.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 어려운 처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잖아요.
나 한사람의 회원가입과 후원이 단체들이 원칙을 올곧게 지키며 우리사회를 맑게 하는 힘이 됩니다. 활동가들의 힘을 북돋는 자산이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연대의 정신이 아닐까요?
앞선 제안에 덧붙여 단순히 회원가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더욱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회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는 합니다. 소식지를 받아 보거나 가끔 홈페이지에 들어가 활동을 훑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소극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다른 단체들의 활동과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을 접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굳어져 가는 사고의 틀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요.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많은 얘기 거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이미 활동을 하고 계시거나 학생들에게 시민단체 방문을 해보게 하는 선생님들도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더욱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오늘도 지혜를 모으고 있을 단체들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의 연대로 더욱 풍성해지는 계절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