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교육위원회의 휴대전화 금지 조례안으로 울산 교육계가 시끄럽다. 시교위는 지난 9일 학교에서 휴대전화 및 휴대전자기기의 소지와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자기의사 결정권 및 행복권 침해
학생의 휴대폰 소지가 수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한결같이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재검토를 권고해왔다.
학교 내 휴대폰 소지를 금지한 A중학교의 학교 생활규정에 대해서는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헌법 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기의사결정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면서 수업 중 휴대폰 사용 금지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재검토 할 것을 권고했다.
학생들의 휴대폰 수백 개를 압수한 뒤 반환한 B고교 사례에는 "휴대폰 소지 현황 파악을 위해 휴대폰을 수거하거나 내용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나 규정도 없고 명백한 헌법 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18조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례 아닌 휴대폰 예절로 접근해야
울산에 앞서 휴대금지 조례를 추진했던 경남은 지난 16일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에서 논란 끝에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경남 교육위원회가 발의한 '각급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학교장은 면학분위기 조성위해 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등교하지 않도록 지도 가능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한 경우 등교할 때 학교에서 수거했다가 방과후에 반환 가능 △학생 휴대전화 관리 교직원은 동의 없이 학생 휴대전화 통화내역이나 문자 송수신 내용 열람 불가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도상열 전교조 울산지부 정책실장은 "휴대폰 때문에 생기는 교사와 학생의 갈등 상황은 대화의 토론을 통해 약속을 정한 뒤 실천하고, 이것이 정착되면 자율적으로 휴대폰 예절을 지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그나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며 조례안을 다듬었던 경남과 달리 울산교육청은 졸속으로 경남 조례의 내용을 따온 뒤 그 내용을 '각급 학교장은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것을 허용하면 아니된다'로 강제하거나 '등교할 때 학교에서 수거한 뒤 방과후에 반환'할 수 있다는 내용은 뺐다"고 비판했다.
![]() |
울산 ㅎ고 교사들은 이 조례에 대한 학급 학생들의 의견서를 교육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학교 문명숙 교사는 "휴대폰 금지 조례에 무조건 반대할 줄 알았던 아이들은 교내 휴대폰 소지 금지에 대해서는 반대를, 학생 동의 없이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송수신 내역을 볼 수 없게 한 내용에는 찬성 입장을 냈다"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고 이미 학교에서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당 18시간 수업을 하고 있지만 올해 그의 학급에서 전화벨이 울린 것은 단 한 건 뿐이었고, 그마저도 아이가 맞춰놓은 알람 소리였다는 것.
"규정은 많을수록 힘들다"는 문 교사는 "조례에 찬성하는 분들의 '휴대폰은 공부에 필요 없는 것',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는 등 이야기를 들으며 학력신장에 방해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혀 씁쓸하다"고 밝혔다.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성명을 내고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휴대전화 압수에 제동을 걸어야 할 정부가 이를 조례로 정당화해주고 있다"면서 "면학 분위기를 위해 인권침해도 불사하겠다는 이 조례는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를 몸소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