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시로 만나는 가을

[초등] 쉬는 시간 언제 오냐
전국초등국어교사모임 엮음/나라말아이들/8,000원
 
"아, 나도 그랬는데!"
 
"맞아! 내 동생이랑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하하하, 교장선생님 대머리인가 봐?"
 
'쉬는 시간 언제 오냐'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을 수 있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어린이들의 시 백 한 편이 실려 있다. 어떤 시는 공감이 되기도 하고, 어떤 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도 하며 또 어떤 시는 새롭다. 이런 시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아침에', '공기놀이', '소수의 나눗셈', '체육 시간'등의 시에선 공부보다는 노는 게 좋은 아이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공기놀이'에서 '공부 시간에 / 만지작 만지작 / 쉬는 시간 언제 오냐.'라고 한 1연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겨우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딱 한 줄로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체육 시간'이라는 시를 읽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별로 안 됐는데', '그 아이는 심판', '항상 웃으려고', '안 아프다', ‘뭐라고 해야 되나?'등에선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의 연애 감정을 잘 표현하였다. 특히 '안 아프다'에는 좋아하는 아이에게 부러 짓궂게 대하는 남자아이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고, '뭐라고 해야 되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를 욕하는 아이의 말에 맞장구 쳐야 하는지, 아니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가운데에 놓든가', '목소리가 큰 우리 엄마', '나이 들수록', '내 동생' 등 가족을 소재로 한 시도 여러 편이다.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기도 하고, 얄미운 동생을 성토하기도 하고, 부모님의 싸움을 걱정하기도 하는 등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시가 많다.
 
아빠가 고기는 안 드시고 술을 찾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나올까 봐 고기를 꾸역꾸역 입에 넣는 아이('나이 들수록'), 엄마와 아빠가 옛날부터 헤어졌지만 자꾸만 '나는 괜찮다'고 하는 아이('엄마와 아빠'), 편찮으신 엄마께 계란찜을 해 달라고 했던 3학년 때의 자신을 후회하는 4학년 아이('계란찜') 등 가만히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은 아이, 아이들이 직접 쓴 시여서 그 마음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
 
이 외에도 이 책에 실린 백 한 편의 시에는 백한 명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게다가 시의 형식이라거나 비유라거나 하는 걸로 어렵게 포장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을 읽어 주면 환호하고, 열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올가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쓴 시에 푹 빠져 보면 어떨까?

우지영·서울 신당초


[중등] 재미로 읽는 시
김주환 외 지음/우리학교/9,000원
 
책을 읽지 않는 계절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평소보다 가을에 더욱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 중에서도 시집을 특히 읽지 않는다. 시집을 읽지 않는 이유가 많겠지만, 그 중 하나가 잘못된 학교교육이다.
 
학교수업에서 시를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작품으로 다루기보다는 시험의 한 대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아예 감상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그래도 시를 읽혀야 한다. 왜냐하면 시 속에서 마음 속 풍경 또는 소리를 찾을 수도 있고, 세상의 모습을 바라볼 수도 있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도,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도 시를 읽고 공부하고, 시 속에서 많은 의미를 찾기도 한다. 그런데 시는 어렵다.
 
학생들은 평소 학교에서 쉽게 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감히 시를 찾아서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로 읽는 시>(우리학교)는 학생들이 쉽게 시에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가락이 재미있거나 발상이 재미있는 시들을 모아놓았다. 물론 시를 재미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일단 재미로 읽다가 그 속에서 시어를 음미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시 속에 빠져 들어갈 수도 있고 다른 시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참신한 발상, 말놀이, 말의 가락, 익살과 웃음, 자유로운 실험이 돋보이는 시들과 학생들의 시들을 모아놓았다. 참신한 시 중에는 '너무 길다',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처럼, 한 행으로 된 시에서부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등의 시처럼 2행 이상으로 된 시도 있는데, 뱀, 지렁이, 섬 등의 사물에서 사람들이 가장 적확하게 뽑을 수 있는 시 한 구절을 참신하게 뽑아내었다.
 
이 밖에 '마빡 맞기'같은 학생들이 직접 지은 재미있는 시도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읽고 나서 할 수 있는 활동도 있으나 그 활동에 대해서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튼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이 부는, 왠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계절에 한편의 시 속에서 삶의 의미는 아닐지라도 삶의 작은 여유를 부려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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