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날개 꺾인 새로운 학교 실험

교육력제고 학교로 지정된 부산 금성초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
 
얼마 전 이 같은 제목으로 방영된 한 시사 프로그램이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지역의 특색에 맞춘 다양한 교육과정,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학교 운영과 그 속에서 발견한 아이들의 웃음. 방송에 소개된 경기 남한산초등학교는 이후 폭주하는 전학 문의로 학교 업무가 마비됐고 급기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더 이상 전학생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함께 소개된 경기 조현초, 전북 삼우초, 부산 금성초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주체들의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산교육청이 우수 사례로 평가 받고 있는 금성초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폐교 위기의 학교가 희망이 되기까지
 
산성마을에 위치한 폐교 위기의 금성초등학교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2006년.
 
부산교육청은 이 학교를 2년간 교육과정운영혁신모델 연구학교로 지정했고 교사, 마을주민,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해 '따뜻한 돌봄, 몰입하는 배움, 함께하는 어울림'이라는 교육목표를 세워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갔다.
 
2년 뒤 학부모들은 금성초의 자율학교 전환을 요구했지만 부산교육청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금성초의 연구학교를 2년 연장하는 것에 그쳤다.
 
그 기간 동안 금성초는 문화관광부 지정 예술꽃 씨앗학교로도 지정돼 문화예술 교육도 강화했다. 2006년 연구학교 지정 무렵 40여명이었던 학생 수는 4년 만에 118명으로 늘었다.


연구학교가 기피학교로 변신?
 
하지만 부산교육청은 지난 8월 금성초등학교를 교육력제고학교로 지정하고 더 이상의 연구학교 지정도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력제고학교는 교사들에게 소위 기피학교 근무를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승진가산점을 주는 학교다. 부산 동래교육청은 지역 교사들의 의견을 물어 금성초를 교육력제고학교로 지정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세다.
 
교육력제고학교가 되면 연구학교를 시작하며 4년 전 이 학교로 부임한 교사 대부분의 교체가 불가피하며 이것이 지금까지 금성초가 추구한 교육철학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 학교 조문주 학부모는 부산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난 4년 동안 학교장 3번, 교감은 4번이 바뀌었다"며 "교육의 지속성 담보를 위해서라도 금성초를 자율학교로 지정한 뒤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교사의 근무연한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성초 자율학교추진위원회 꾸려
 
금성초 학부모들은 금성초자율학교추진위원회(추진위)를 구성하고 △금성초 자율학교 지정 △교육력제고학교 철회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 및 교사의 근무연한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달 14일 자율학교 전환을 촉구하는 부산교육청 앞 집회를 시작으로 매일같이 1인 시위도 진행중이다. 29일에는 설동근 부산교육감도 면담했다.
 
정명화 추진위 부위원장은 "지금 선생님들은 승진가산점이 아니어도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놓는 분들"이라면서 "교육력제고 학교가 되면 교사들의 교육력이 제고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우리학교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학부모와 함께 교육철학을 고민하고 공유할 교사의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말로 현재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교육청 수용여부 미지수
 
자율학교 지정 및 연구학교 연장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부산교육청은 이 같은 학부모들의 움직임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초등교육과 담당자는 "금성초에 대한 입장은 학부모들의 교육감 면담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면서도 "자율학교 전환 여부도 검토 중이며 올해 말 연구학교 평가를 진행한 뒤 추가 연구가 필요한지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설동근 교육감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 추진위원장은 "금성초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새로운 학교 실험에 힘을 실었던 설 교육감이 결자해지해야할 것"이라면서 "지역사회의 열망을 무시한 채 연구학교 평가 결과를 보자는 식의 시간끌기를 계속한다면 학부모들도 교육의 주체임을 교육청에 확인시켜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양한 학교 운영모델 만들라더니
 
교과부는 지난 6월 학교자율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율학교 확대를 통해 다양한 교육과정 모델을 개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자율학교 지정에 난색을 표하는 부산교육청의 태도는 이 같은 교과부의 방침에도 위배되는 것. 금성초에서 4년간 연구학교 과제를 수행한 최윤철 교사 역시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려야한다는 교사, 학부모의 의지가 지금의 금성초를 만들어냈다"면서 "지역의 특색이 살아있는 이 학교를 지키려는 학부모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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