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고민 깊어지는 사립전문대와 지방사립대

한국 교육산업 대 해부 ⑤ <구조조정의 기로에 선 사립대학>

고등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신종플루보다 무서운 대학입시', '모든 학과가 의대처럼 6년을 다녀야 하는 대학'등으로 상징되고 있다. 이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에 대해 진단해 보자.

2008, 이정미 외, 한국교육개발원, 단위 : 천원

가장 먼저 멸종할 공룡, 사립전문대
 
전문대학은 기술인력 공급이라는 취지에 따라 육성되었고, 학력이 높아지면서 1990년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났다. 현재 147개의 전문대학이 있으며 사립전문대는 그 중 93.2%를 차지한다. 일반대학보다 취업률이 높지만 학생들이 점점 더 외면 하고 있다. 전체 전문대학의 학생충원률은 92.1%, 사립전문대학의 평균 학생충원률은 그보다 더 낮은 91.7%에 불과하다. 정말 심각한 곳은 비수도권 소재 사립전문대로 86.9%에 불과하다. 수도권 소재 사립전문대학도 휴학생 비율이 2008년 현재 36.7%에 이르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좋은 학생충원률을 자랑할 처지가 아니다. 4년제 대학의 휴학생 비율은 30% 초반을 유지해왔다.
 
10명 중 9명만 채우고 있다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인데, 사립전문대의 입학금과 수업료는 시장논리가 무색하게 비싸다. 국공립전문대보다 2배나 많다. 입학금 최고액은 95만원으로 국공립 입학금 최고액인 43만6000원의 2배, 수업료 최고액은 860만 2000원으로 국공립의 452만 2000원보다 1.9배나 많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도 불구하고 높은 학비는 높은 등록금 의존율로 나타난다.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 2006년 41.2%에서 2008년 34.3%로 확 낮아진 반면, 사립전문대는 35.6%에서 37.3%로 상승해 사립대학을 추월했다.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높은 취업률을 무기로 하는 사립전문대는 미래수익 면에서는 실망스럽다. 4년제를 다니지 않고 2년제 전문대를 다닐 경우 2158만 원이 절약된다. 하지만 전문대졸업자와 대학졸업자의 1년 임금격차가 1156만 8000원이나 되기 때문에 2년이면 상쇄된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일반대학들조차 학생충원률이 떨어지면 학생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고등교육의 최하층에 위치 지워진 사립전문대학들이 그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폴리텍 대학과 같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새로운 교육기관이 기술인력 육성을 대체하고 있기에 앞으로 더더욱 정체성의 위기를 맞을 것이다.
 
 
퇴출 2순위의 위기, 비수도권 사립대학
 
일반대학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 규모가 국공립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수도권 사립대학이 1361만원으로 수도권 국공립대학의 2560만원의 절반 수준이고, 비수도권 사립대학도 980만원으로 비수도권 국공립대학의 1620만원의 60%에 불과하다.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적고 수업료는 비싼, 사립대학이 과연 교육의 질을 장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기대이익이 높은 국립대 의학계열이 다른 계열에 비해 낮은 수업료를 받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가 온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립대에게만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제대로 된 순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립대학 내부의 양극화다. 수도권의 사립대학과 비수도권의 사립대학은 서열에 따라 등록금 격차도 많이 나고, 학생충원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의 수업료는 약 4배, 다른 계열도 약 2배에 육박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비수도권의 사립대학은 학생수 감소와 낮은 수입으로 재정위기가 우려된다. 정부나 기업의 연구지원비를 많이 따내는 것이 교수의 실적이 되고 있다. 이렇게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학생유치가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에, 대학 신설을 신청한 학교법인들 중 개교를 하지 못하고 있는 법인이 24개나 되고, 12개 학교는 아예 개교도 하지 못한 채 강제 해산 당하기도 했다.
 
 
등록금, 적립금으로는 사립대학을 살릴 수 없다
 
사립고등교육기관의 재정에서 가장 큰 특징은 등록금 및 수강료가 40.7%를 차지하고, 그보다 더 많은 비중인 45.5%가 미사용 전기이월자금이라는 것이다. 미사용 전기이월자금의 재원도 사실상 등록금 및 수강료의 누적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70% 이상이 사부담에 의존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비 공부담은 GDP 대비 0.6%로 OECD 평균인 1.1%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사부담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고등교육이 가계에 많은 부담을 주어왔고, 최근의 경제위기는 가계의 지불능력을 약화시켜 임계점에 다다르게 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등록금 인상은 여론의 몰매감이 되어버렸다. 이명박 정부마저 등록금 후불제를 핵심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의 누적효과를 누리기 위해 고안한 것이 적립금이다. 사립대학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자금은 2008년 현재 5조 4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립대학들은 예산을 편성할 때에는 1% 수준으로 산정한 미사용차기이월금이 결산시기가 되면 10% 수준으로 상승하도록 해왔고, 그 중 일부를 적립금으로 축적해 왔다.시민단체들과 학생들은 이렇게 쌓아두는 적립금만 줄여도 등록금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인 대학발전을 위한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공급과잉을, 높은 등록금은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여 대규모의 대학구조조정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사립대학에 자구적 노력을 요구하지만 기부문화가 일천하고, 자산의 현금 수익성도 낮은 상황에서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번 경제위기 때 큰 손실을 입은 모사립대학처럼 펀드투자를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해법은 국고보조금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써야 한다면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상위 5%가 아니라 두터운 30%를 앞 세우는 개혁이 필요
 
문제는 정부가 상위 5%의 사립대학들을 어르고 달래는 식으로 해법을 찾아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선진국 수준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재정의 투자를 늘려 나가는 것이 대세라면 그러한 재정을 인적, 물적 자원이 열악해서 존립의 위기에 서게 될 대다수의 사립대학들을 대상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국립대를 축으로 혁신의 의지가 있는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을 묶어 통합, 협력, 감축, 평생학습수요 개발 등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혁신함으로써 국가적 인적자원 육성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야 한다면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고등교육 발전 대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천재 1명이 온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망상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일하고 나누는 사회를 꿈꾼다면, 고등교육의 혁신도 상위 5%의 사립대학이 아니라 다수의 사립대학을 주체로 세울 수 있어야 현실성도 있고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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