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년 가을 다시 <모스키토>를 무대에 올리자는 김민기 선생님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번안극인 이전의 <모스키토>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그릴 수 없으니 새로 쓰자는 이야기에 깊이 동의했고 1년여에 걸친 자료조사를 통해 극을 완성했지요."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준비하는 사학, 그린마일리지, 사학의 입시 컨설팅과 시험지 유출 사건 등 불과 몇 달 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우리 교육의 문제가 그려진다. 기대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채 첫 공연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연출가 남동훈 씨를 학전 블루에서 만났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시작은 입시와 성적에 있다고 판단해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한 대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헌데 자료를 조사해보니 고등학교 교육에 집약되어 있던 입시제도의 모순이 중학교로 고스란히 옮겨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비평준화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명문고를 대체하는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를 만들어 일찌감치 아이들을 성적으로 걸러내는 사실에 경악했어요. 5개월 전 주인공을 중학생으로 수정했습니다."
특목고 입시에 고통 받는 중 3학생이 주인공이었다가 '강북 안에 강남학교를 하나씩 만드는 자율형사립고' 실시 소식을 듣고 자사고 진학에 목맨 학생으로 대본을 다시 고쳤던 이야기. 그가 "정부가 학교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공교육을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답변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교육단체 활동가를 인터뷰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 |
"올림피아드? 이건 순 있는 집 애들만 돈지랄하는 돈림피아드야!", "안 패는 대신 점수로, 폭력보다는 인격적으로, 벌점 누적됐다가는 학생면허 취소! 말 잘 듣고 상점 받아 쌓인 벌점 겨우 까고 만기 출소 기다리는 우린 장기수! 이게 그린 마일리지야!", "학벌은 거저 건지나? 당근말밥 자사고엘 가야지, 행복은 성적순이지 성적은 바로 집값! 부동산! 펀드 순!"
방대한 자료조사 과정은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할 만큼 사실적인 대사로 나타났다. 평균연령 25.5세의 배우들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대본 수정 과정에 참여했고 마흔 살 연출가와 10대 청소년의 정서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자사고, 그린마일리지, 사교육, 교육 양극화……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보기에 따라선 우리 작품을 (이것저것 다 섞은)비빔밥 같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알수록 총천연색 빛깔을 띤 것이 교육이더군요. 모든 소재가 연결고리를 갖고 하나의 주제로 모아졌어요. 이건 중요하고 이건 곁가지일 뿐이라고 예단하는 순간 극의 활력과 리얼리티가 떨어질 것이라 판단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더니 인물이 풍부해졌고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됐습니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문득 그의 학창시절이 궁금했다. 등장인물 중에 자신과 비슷한 아이가 있냐고 물었다.
"야자 땡땡이 치고, 시험이 항상 부담스러운 건 요즘 아이들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땐 학교에서 워낙 못하는 것들이 많으니 끼리끼리 이런 것도 해 보고 저런 것도 해보는 문화가 있었는데 요즘엔 없더군요.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모두 해주니 아이들의 자율성도 사라지고 소통도 없고 개개인이 단절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10대의 모습이다.
"대입고사가 끝나는 날 진탕 술을 마신 기억이 있어요. 수능이 끝나면 아이들도 그렇겠죠. 하지만 술을 마신다고 해서 마음 속 답답함까지 사라지진 않잖아요. 우리 연극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문득생각나 힘이 되는 좋은 글귀 한 구절처럼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