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날 학생들과 마주치고 부닥치는 교사들은 과연 학생들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소통'하고 있을까. 교사들이 변화무쌍한 십대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을 너무도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는 것, 보여주는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지점이다.
아이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는데 교사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너무도 요즘 아이들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기 최면에 빠진 채 말이다. '책독책서'에서는 교사들이 잘 모르거나 흘려두었던 요즘 십대들 이야기를 모았다.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위해서다. 이런 고백이 담긴 아이들의 이야기에 한 번도 제대로 귀기울여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불행한 교사일 수도 있다. 불행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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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발견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수업 시간에 창밖을 본다고 맞고, 복도를 뛰어다닌다고 맞고, 선생님께 인사를 안 한다고 맞고……. 필기와 숙제를 안 했다고 엄청 맞았어요. 어떤 과목 선생님은 50대, 100대씩 때렸어요. 또 시험을 봐서 60점을 맞으면 40대를 맞는 거예요. 그러니까 100점 맞는 애를 빼놓고는 다 맞았어요. 반 친구 중에 한 명이 잘못하면 또 단체로 맞아요. 학교에 가서 매 맞은 기억밖에 없어요."(본문 중에서)
또, 아이들이 목숨을 던져 세상을 버렸다. 복사빛 볼살이 통통했을 13살 계집아이들도, 코 밑이 거뭇해지기 시작한 17살 사내 아이들도 모두 그렇게 새처럼 날아가 버렸다. 잠깐의 슬픔이 예의를 가장한 채 지나간 후 다시 세상과 학교는 격렬한 평온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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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10대로 산다는 건 평온을 가장한 격렬한 고통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혹은 학생이 아니라는 탓으로 여기저기서 맞고 치이는 게 10대들의 삶이다.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는 바로 그런 10대들이 어른들만의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비명이자 고해성사다.
지은이는 이 책을 준비하기 위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 그러는 사이 행복해진 아이도 있고 조금 더 지쳐버린 아이도 있다. 책을 펼치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자퇴를 하거나 복학을 한 아이, 유학을 다녀온 아이,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아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중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다. 모두 14명의 남녀 10대들과 제대로 만나서 제대로 주고받은 기록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못지 않다.
학교가 '범생이'들만의 세상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인간적으로 보여주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울해 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길을 찾으려는 건강한 몸부림 앞에서는 감동어린 눈물도 흐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솔직하고 심지어 노골적이기까지 해서 뭉클하고 시큰해지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입시와 성적 그리고 경쟁으로 갈무리되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사라는 이름이 때로는 얼마나 폭력적이고 얼마나 무능한 것인가를 생각하게도 된다.
세상의 중심은커녕 자기 삶의 변방조차 온전히 차지하지 못한 10대들의 인터뷰를 따라가노라면 산다는 게 그들에게도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제발 겉만 보지 말고 상처 입은 영혼을 봐 달라는 하소연이 절절하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믿는 교사들이나 어른들은 반드시 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일이다.
아이들의 꿈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나 분위기는 외면한 채 강요하고 윽박지르기나 하는 어른들에게 당돌하게 묻는 자퇴생 '예지'의 항변은 그래서 아프고 부끄럽다. 더불어 세상의 모든 교사들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모두 다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 연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억지로 꾸며진 '발연기'보다는 '리얼'이 대세인 시대이니 말이다.
일러스트 '나마'('또하나의 문화')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