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막가파 교과부, 교원평가 무조건 Go

6자협의체 논의 외면 법 없어도 실시

교육과학기술부가 22일 내년 3월 전국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 전면 시행을 공식화 해 파장이 일고 있다. 평가 결과 활용 범위 등 논란이 여전한 쟁점까지 임의대로 정해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회에서 교원단체와 여야, 학부모 단체로 꾸려진 6자협의체가 가동되면서 지난 2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교원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21일 교원평가 6자협의체 일환으로 교원과 학부모단체 공청회를 진행했지만 교과부가 22일 내년 전면 실시를 발표하면서 빛이 바랬다. 유영민 기자

교과부가 22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0년 업무계획’을 보면 내년 3월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교원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동료 교원에 의한 평가와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로 교사는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영역 평가, 교장‧교감은 학교경영 영역 평가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 활용, 학부모 참여 범위 등 논란 여전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얼마나 참여하고 어떻게 참여하는 지는 여전히 논란꺼리다. 21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6자협의체에 앞서 진행한 교원평가 공청회에서도 이는 확인됐다.

황환택 한국교총 부회장은 “학부모 평가는 자녀의 주관적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부진 및 학교 부적응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학부모 조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학부모들은 이에 공감하면서도 제한적인 참여를 주장했다. 윤숙자 정책위원장은 “학부모는 진정한 교육적 요구를 앞세우기보다는 자녀의 학력신장으로만 교사를 평가하기 쉽고 이로 인해 학부모의 교사 평가는 더욱 더 학교를 입시 학원화할 우려가 있다”며 “다만 학부모는 학교에서 개최하는 학교 공개 모임 등에 참석해 학교운영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고 학교장과 교감을 평가하는 학교운영평가와 학교 내 교원평가위원회에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박점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정책실장은 “모든 학부모의 평가를 받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평가자 대상 학부모를 학부모단체 추천 또는 자발적 지원 등으로 선정해 그 인원을 제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가장 핵심 쟁점이다. 교원단체는 물론 학부모단체도 승진과 인사에 연계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자기 계발과 성찰에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교과부는 평가 결과 우수 교사에게는 학습연구년 등 전문성 심화 기회를 부여하고 수업‧생활지도 등 영역별‧지표별로 전문성 신장이 필요한 교사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집중연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수를 시키는데 결과에 따라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황환택 부회장은 “평가가 안 좋은 교사가 여러 차례 강제 연수를 갔다 오면 학교 안 모든 사람이 알게 되고 그러면 그 교사는 사실상 발을 붙이기 힘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6자협의체 논의 이제 시작했는데 … 국회 모독”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이러한 쟁점을 논의하고자 6자협의체를 꾸려 지난 21일 첫 발을 떼고 23일 대표자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교과부의 발표로 무기한 연기했다.

이종걸 위원장은 22일 전화통화에서 “정말 어렵게 교원‧학부모단체가 테이블에 모여 얘기를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행정부가 앞서나가면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실시하면 제대로 될 리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종걸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교원평가 법제화를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 6자협의체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로 협의체에 참여하는 안민석 의원도 전화통화에서 “이제 논의를 시작했는데 장관이 이렇게 오바하면 쓰나”라며 “장관 혼자 다 하라고 해라. 의미가 없어진 6자협의체에서 빠지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7월에도 기자간담회에서 “교원평가제 법제화와 상관없이 내년에는 교원평가제를 전국 초중고교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가 교과위원들에게 항의를 받고 9월 국회에서 사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업무 보고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한 차례의 사과도 했는데 이렇게 하는 건 국회 교과위원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자협의체를 통한 교원평가법안 논의가 쉽지 않게 됐다. 교과부 마음대로식 일방 강행으로 교사들도 관련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줄 교원평가를 받아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편 내년 전면 시행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지난 9월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16개 시도교육감에게 실행 여부를 물은 결과 인천과 광주, 강원 등 6곳의 교육감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며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도 “교육여건 개선, 현재의 근무평정과 승진제도 등에 대한 전혀 손도 대지 않고 교원평가만 진행하는 건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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