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경력이 없어도 교육감과 교육위원으로 나올 수 있고 주민이 직접 뽑는 교육위원을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등의 내용으로 정치권이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는 물론 각 시도교육위원회 의장과 시도교육감까지 법 개정 반대 입장을 밝혀 전체 교육계 대 정치권의 싸움이 돼가는 모양새다.
국회 “오는 2월1일 교육자치법 처리”
전교조와 한국교총은 14일 동시에 성명을 내고 “교육을 정치에 예속화시키려는 추악한 음모”라며 즉각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철회를 요구했다.
양대 교원단체가 동시에 성명을 낸 것은 교과위가 13일 자정(14일 새벽) 무렵 열린 전체회의에서 오는 15일 상임위에서 처리한 뒤 오는 18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국회의 개정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교육자치는 오간데 없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파적 대립만이 난무하게 되고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써온 인물들이 정당에 줄을 서야 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초 교과위의 계획은 오는 27~28일 상임위를 거쳐 오는 2월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조전혁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계획대로 하면 2월2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불가능하다”며 주장한 조기 논의 처리가 받아들여졌다.
그로부터 11시간 후인 14일 오전 11시30분쯤 양당은 "교육자치법을 2월 임시국회 첫날인 오는 2월1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며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간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 차원에서 교과위의 원래 계획대로 처리토록 한 것이다.
교과위에서 전격 합의한 조기 처리를 중앙 차원에서 무산시킨 배경에는 법안에 대한 민주당내 이견이 상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의총에서 지방교육자치법 논의를 했을 때도 전혀 다른 의견들이 속출했다”며 “지도부가 이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위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하는 김영진 의원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교육위원 선거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가 심도 깊은 검토도 없고, 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이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속도전으로 의결된 것”이라고 비판하며 “교육자치를 말살하는 교육자치법 개정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다음 주중 교육자치법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한 뒤 오는 27일 교과위원회 전체회의 전 정책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국 교육자치법은 오는 2월1일 국회 통과가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법안 내용을 둘러싸고 앞으로 20여일간 교육계와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교육의 정치 예속화” 우려
지난해 12월30일 국회 교과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통과시킨 교육자치법안은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교육경력 요건(교육감 5년‧교육위원 10년) 삭제 △교육위원 주민 직선 아닌 정당추천 비례대표제 선출 △당적 보유 금지 기간 2년에서 6개월로 줄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헌법에서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근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갑섭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은 “교육감과 교육위원이 되는데 교육경력을 보지 않겠다는 건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16개 지역 모든 의장들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석균 전교조 교육자치특별위원장은 “이번 개정시도는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여 앞두고 있어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졸속 처리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교육자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일대사건으로 이번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시도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는 지난 13일 연 회의에서 ‘교육자치법의 위헌적 개악과 교육자치 수호를 위한 교육자 총궐기대회’를 여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 12일 연 협의회에서 교육자치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교조와 한국교총, 교육위원회 등은 오는 15일 국회에서 열리는 올바른 지방교육자치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교육자치법 개정 저지를 위한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