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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너우리' 동아리 회원들과 지도교사가 모였다. 임정훈 기자 |
이미 지난 2000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인권찾기운동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더욱 구체적인 적극성을 띄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교육청의 인권조례 제정 발표가 나자 학생들은 도교육청 게시판에 인권조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쉼 없이 올리고 인권조례 학생참여기획단으로 직접 참여해 활동을 펼치는 등 자신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만큼 학교 안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제한적이고 학생들의 주장과 요구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구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도 학생 인권에 관심을 두고 학교 안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교내 동아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용인 동백고의 ‘나너우리’와 의정부여고의 'YOU & I'가 대표적이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신기하게도 동아리 이름이 비슷하다.
교사가 나서서 만들었고 이제 갓 한 달을 넘어 의욕적인 활동을 준비 중인 의정부여고의 'YOU & I'와는 달리 동백고의 ‘나너우리’는 사실상 경기지역 일반계 고교 가운데에서는 최초로 학생들의 자발적 주도로 만들어진 학생 인권 동아리이다.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 갖고 동아리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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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생의 날(11월 3일) 교내 급식실 앞에서 '인권은 00이다'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행사가 끝난 후 2학년 선배들이 학생부로 끌려갔다. '나너우리' 제공 |
아직 시간을 더 달라며 인터뷰와 취재를 사양한 'YOU & I'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용인 동백고의 ‘나너우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너우리’는 지난 해 봄 3명으로 시작해 2학기를 거치면서 1 ․ 2학년 30여 명이 모여 학생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아리이다. 1학년들의 활동이 매우 적극적이다. 운영에 필요한 지도 교사도 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초빙’했다. 자신들의 뜻을 알아줄 것 같은 선생님을 찾아가서 지도교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학생들과는 학급담임도 교과수업의 인연도 없었지만 강보선 교사는 “아이들의 뜻이 순수하고 진실 돼 보여 기꺼이 지도교사직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두발 자유화한다고 해서 왔는데 오고 보니 말과 달랐다. ‘반삭’을 강요하고 남녀학생이 사귄다고 쫓아(전학)내고, 강제 보충 ․ 강제 야자 등 학생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학교 분위기가 너무 답답했다”는 것이 학생들이 ‘나너우리’라는 이름의 동아리 형태로 모이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의 주장은 이어졌다. “명백한 논거를 대지 못하면서 두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만 하는 선생님들과 대화하기가 힘들다. 막연한 편견으로 학생들을 규제하는 것도 많고 반삭은 정말 치욕스럽다”
막무가내 두발 규제 주장하는 선생님들과 대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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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너우리’는 지난 해 봄 3명으로 시작해 2학기를 거치면서 1 ․ 2학년 30여 명이 모여 학생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아리이다. 사진은 지난해 학생의 날 기념 퍼포먼스 모습. '나너우리' 제공 |
동아리를 만들면서부터 주기적으로 인권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독서와 공부도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학생의 날(11월3일)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권이란 ○○이다”라는 퍼포먼스를 급식실 앞에서 진행했다. 학생의 날 의미를 되새기고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사였다. 당연히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후 “2학년 선배들은 학년부로 끌려갔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 현실이 놓인 단면을 적확하게 드러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12월 학생인권조례 제정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학생의 자유와 개성이 존중될 것 같아 반가웠고, 두발규정, 체벌금지 규정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1학년 홍선호, 최홍서 학생은 인권조례 학생참여기획단에 직접 가입해 활동도 하고 있었다.
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관계가 좋아질 것 같다”는 것이 ‘나너우리’ 회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반삭을 강요하고 체벌하는 선생님들과의 갈등도 사라질 테고 학생들이 뒤에서 그런 선생님을 욕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선생님을 부모님처럼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조례를 통해 교사들과 좀 더 친근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학생들의 소망이 보였다.
원래부터 있는 게 인권, 조금씩 인심 쓰듯 하지 말았으면
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선생님들이나 어른들한테는 “편견을 깨고 입장을 바꿔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소통을 강조했다. 이어 “어른들의 복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래부터 있는 게 인권이다. ‘조금씩 줄게’ 하면서 인심 쓰듯 하는 거 싫다. 강요하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며 어른들의 일방적인 강요와, 논리가 부족한 명령형 지시가 합리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자신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자연스럽게 토론을 하며 내용을 정리해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분할만한 논란거리에도 목소리는 매우 차분하고 논리정연했다. 제법 오랜 시간 토론과 대화에 익숙해진 듯 보였다.
인권조례를 추진 중인 김상곤 교육감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고맙다. 위인으로 남으실 것 같다. 기운 내셔서 청소년 인권 신장 위해 계속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저마다 한 마디씩 인사를 남겼다.
올해에는 좀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교내 활동은 물론 학생 인권과 관련한 외부활동도 펼쳐 보고 싶단다. “이런 활동들을 막으려 하지 말고 학교와 학부모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교장선생님도 우리 손으로 뽑았으면 좋겠다”는 돌발발언도 진지한 웃음과 함께 끼어들었다.
‘나너우리’는 1월중 마련되는 인권조례 공청회에 참여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의정부여고 인권 동아리 'YOU & I'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견학을 다녀올 예정이다. 물론 독서와 토론은 계속 진행한다.
‘나너우리’ 회원들과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은 수정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인권은 교문을 넘어 학교와 학생들의 감수성 깊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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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한 마디씩 적어 붙여놓은 '인권은 00이다' 행사 게시판. '나너우리' 제공 |



'나너우리' 동아리 회원들과 지도교사가 모였다. 임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