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영장집행에서 드러난 ‘짜맞추기’ 수사

경찰, 4일간 두 차례 민노당 압수수색 … '불법 해킹 가리기' 비판

경찰이 지난 7일 민주노동당 서버가 있는 경기 분당 KT인터넷데이터센터를 두번째 압수수색하려 하자 당원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진보정치>제공

경찰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2번이나 민주노동당 인터넷 서버를 압수수색 했다.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들이 민노당에 가입해 투표 등 활동을 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경찰은 당원 가입 증거를 찾지 못했다. 2번째 압수수색을 한 지난 7일 민노당의 거센 반발을 뚫고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30분경까지 17시간가량을 검증했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셈이다.

혐의에 대한 증거 못 찾아

경찰도 8일 증거를 찾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압수수색관련 브리핑에서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노당이 하드디스크를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노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일 압수수색이 끝났다고 판단해 6일 새벽 1시경 사무총장 명의로 된 공문을 서버관리 업체에 보내 하드디스크를 받았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인계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6일 새로운 영장, 직접 봤다. 하지만 4일 서버는 봉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장 집행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정보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병윤 민노당 사무총장도 “당원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그건 검 ‧ 경이 침해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4일에도 민노당 일부 서버에 대한 검증을 했다. 하지만 이 때도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경찰이 지난 6일 아이디와 암호를 통한 로그인 절차가 없어도 서버를 복사해 당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7일 압수수색을 다시 한 번 진행한 것이다.

언론에 흘린 정보로 압수수색 합리화

경찰이 이렇게까지 야당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민노당은 불법 해킹 수사를 덮으려는 ‘짜맞추기’ 수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이 수사 초기 전교조와 전공노 소속 조합원들이 당원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노당이 해킹 의혹을 제기하자 이를 확인해 줄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압수수색 이유가 적힌 검증영장. <민중의 소리> 제공

4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제시한 검증영장은 이같은 민노당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영장에서 “(민노당 인터넷투표시스템) 회원가입자들이 인터넷 투표시스템상의 투표이력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며 “집행을 시도했으나 언론에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의 투표권행사 여부에 관한 보도 직후 민노당 측의 투표시스템 사이트폐쇄로 집행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권 행사 여부를 수사과정에서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위원장 투표 여부를 보도한 지난달 27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출처는 경찰이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정 위원장이 당내 투표에 참여하는 등 당원권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고 쓰여 있다.

이를 종합하면 경찰은 자신들이 특정 방식으로 확보한 정 위원장의 투표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이를 이유로 다시 압수수색의 정당성을 부여한 꼴이 된 셈이다.

이정희 의원은 “경찰이 지난 12월 말 불법 해킹한 위법사실을 감추려고 또 다시 영장을 발부받아 위법수사의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비열한 시도다. 이는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4일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경찰이 보인 ‘언론플레이’도 이 같은 짜맞추기 수사를 엿볼 수 있다고 민노당은 설명한다.

민노당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서버를 검증한 것일 뿐이고 그 어떤 정보도 찾아내지 못했지만 경찰은 서버를 확보해 120명의 당원 가입 증거를 확인한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는 것이다.

영장을 보면 “인터넷투표시스템 회원으로 120명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120명은 영장에 나온 숫자일 뿐 이들이 투표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투표에 참가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하면서 정당파괴하며 저항하는 당원들을 들어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최형권 민노당 최고위원 등 4명을 연행했다. <진보정치>제공

경찰은 결국 오보를 인정했다. 압수수색을 담당한 영등포서 지능3팀 수사팀장은 당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오보가 맞으며 정정보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민노당 당직자들에 지난 4일 늦은 밤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정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민노당 서버 관리자가 공동조사에 임해서 증거가 나왔는데도 경찰이 언론공작을 한 것을 순수한 수사의 목적을 이미 벗어난 정치탄압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이 집행했다고 한 검증영장에 대한 불법 해킹 의혹은 여전하다. 경찰은 영장에서 “이미 민노당 인터넷투표시스템 회원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영장이 발부된 바 있고 이 검증영장은 집행을 마쳤다”고 밝혔지만 민노당은 통보조차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권, ‘야당탄압’ 규정 거센 반발

정치권은 이 같은 민노당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야당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는 9일 ‘야당탄압, 정당파괴만행 규탄 결의대회’를 여는 등 경찰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일 오전 진행한 야4당 대표 조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와서 완전히 의회주의를 파괴하고 이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당정치의 근간까지 흔들려는 것 같다”고 비판하며 “이럴 때 우리 원내 야4당이 힘을 모아 어떻게든지 이명박 정권이 야당 탄압에 맞서고 정당정치의 기본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이번 사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기획수사”라고 잘라 말한 뒤 “법도 질서도 윤리도 무시하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옥죄는 현 정권 심판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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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 민노당 ,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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