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 조주희 교사 |
다시 새 학기다. 지난 해와 다를 바 없는 학급살림 계획을 세운 뒤 2%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교사, 아이들과의 만남에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교사라면 전교조 학생생활 연구회가 제안하는 '따돌림,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에 동참해 보자.
교재 속 김 선생님, 이 선생님, 박 선생님이 풀어낸 1년 학급 살림의 노하우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가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기고, 마침내 내 이야기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매뉴얼이 그렇듯 여기에 담긴 철학과 배경에 대한 고민 없이 프로그램만 적용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세 교사의 학급운영 중심에는 '평화로운 학급'과 '학급 자치'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그들의 학급살림 이야기를 들어본다.
학급운영 목표 공유하기
아이들과 첫 만남부터 학급운영 계획서 등을 통해 '학교폭력이 없는 반'과 '자치'가 학급운영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임을 알린다.
학급운영 계획에 월별 계획 등 구체적 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학급자치를 위한 회의 운영 △소통을 위한 글쓰기 △의사소통과 관계 맺기를 위한 집단상담 △교육활동 결과물로 학급문집 만들기 등 개괄적 내용을 제시하면 내용은 아이들이 채우게 된다.
종이를 나눠준 뒤 '우리 반에 바라는 점'을 적도록 하면 친구와 잘 지내기, 따돌림 없는 반 등의 답을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의 바람을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뒤 읽어주고, 교사의 학급목표가 아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공유한 학급 목표는 학부모 편지로 각 가정에도 전달한다. 편지를 보낼 때는 '학부모 회신' 칸을 두고 쪽지를 받는다. 받은 쪽지는 아이들 파악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학급에서 별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일지라도 집에서는 소중한 자녀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도 된다.
외톨이없는 우리반
학급 구성원들이 평화로운 학급 운영 목표를 공유했다면 이것을 급훈으로 정한다. 학급의 1년 목표가 될 내용이므로 즉석에서 공모하거나 투표를 진행하기보다는 앞서 진행한 '학급에 바라는 점 적어보기'와 연계해 적어낸 내용 중 자치와 평화의 가치관을 담은 것으로 결정하는 편이 낫다. 공모를 한다면 '평화로운 학급'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한다. '외톨이 없는 우리 반'등 구체적인 것이 좋으며 정해지면 수시로 강조한다.
반장 선거가 즐거우려면
반장은 학급목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학급 구성원은 반장 선거 과정이 학급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떤 학생이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 수 있을지 설문 조사를 한다거나 후보의 공약이 학급 목표와 맞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반장에게 바라는 것을 포스트잇에 적어 내게 한 뒤 교실 뒤에 게시하고 선거가 끝날 때까지 보는 방법도 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학급 임원에 출마하려는 아이들도 모둠별 점심식사 방법, 공동체 놀이 등 따돌림 없는 학급 공약을 내거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장 선거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학급에 긍정적 인상을 가지며 반장의 위상도 높아진다.
학급회의 등 의사소통 구조 세우기
선거를 통해 학급 임원 등을 뽑고 나면 학급회의를 열어 아이들이 갈등을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매일 이루어지는 학급 생활 체크를 위해서 회의는 매일 조·종례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학기 초 가장 흔한 주제로 회의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는 청소 문제. 청소를 안 하고 도망간 아이 문제를 이르는 학생에게 학급 회의에 건의해 공론화 할 것을 권유한다.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거나 도망간 학생 스스로가 더 열심히 참여할 것을 다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발전하면 교실 규칙 전반을 학급회의를 통해 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조회 시간에 싫어하는 별명을 부르지 않기로 정했다면 종례시간에 그 내용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점검하는 따위의 방식도 가능하다.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학급회의와는 별개로 반장, 부반장 및 각부 부장, 두레장들의 모임인 학급운영위원회도 꾸린다. 한 달에 한 번(혹은 격주에 한 번) 열리는 학급운영위원회에서는 학급 규칙의 초안을 만들거나 단합대회, 소풍 준비 등 학급의 제반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논의한 내용 중 필요하다면 학급회의에 안건을 올리기도 한다. 학급회의를 진행하며 불거진 다양한 문제(운영상 문제)로 벽에 부딪친다면 학급운영위원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컷 · 조주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