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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점수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입시교육의 굴레에 갇히지 않고 많은 독서, 폭넓은 경험과 사고를 하며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제한된 시간의 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하지만, 학생을 앉혀놓고 한 시간 가량 얘기를 나누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공부하는 학생인가를 생각보다 쉽게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이다. 입학사정관제의 그 같은 이상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우선 학생들 스스로 사교육 의존 없이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문제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학생들의 진로·학습계획, 독서활동, 봉사·체험활동 등에 대해 서류로 제출받고 심층적인 면접을 실시한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제도 도입에 따라 입학사정관제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허둥대고 있다.
특히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은 시간이 없고 훈련은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할 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의지할 곳도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다시 입시학원들이 내미는 손을 잡게 되어있다. 이미 대형 입시학원들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는 스펙쌓기를 내걸고 방학동안 경쟁적으로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당장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학생들은 다시 입학사정관제 대비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자신의 학습계획서, 독서기록장조차도 학원 선생님에게 의존해서 작성하게 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우리 교육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자칫 스펙쌓기에 돈을 많이 투자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가 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다시 새로운 사교육시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입학사정관제 부정행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수상실적 위조, 허위서류 매매 같은 행위가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조기에 차단되지 않으면 입학사정관제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 한 채 무너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이 더 커져 뿌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엄연한 괴리를 잘 읽으며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제도이다. 정부는 임기 중의 성과로 남기려는데 집착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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