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종교사학의 폭력적 궤변

여당 대표가 권력을 앞세워 덕망 높은 주지를 '좌파 스님' 운운하며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과 증언이 나와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또' 종교 수업을 두고 말썽이 생겼다.

 

안양의 한 사립고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전교생을 인근 교회로 등교시켜 예배를 보게 하는 등 사실상 종교 수업을 강요했다고 한다.

 

더욱이 예배 끝에는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로 시작하는 '나의 다짐'을 낭독하게 하고 1년에 한 번 '신앙논술시험'도 치른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무엇보다 경악할만한 것은 "기독교적 교육을 목적으로 한 학교 설립 취지에 따른 것이며, 믿지 않는 학생에게도 신앙을 심어주고 싶다는 차원에서 교육하는 것이고 학생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입학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기독교적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설립 취지야 누구도 뭐라 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신앙을 심어주기 위해 교회로 등교시켜 종교 수업을 강제하고, 학생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입학했을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폭력적 궤변'에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스스로의 자발적인 간절함에 기인하는 성스러운 신앙을 남이 '심어줄'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과, 미션스쿨이라는 걸 알고 입학했다고 해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사상·양심 따위에는 상관없이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억지다짐을 강요해도 된다는 식의 천박한 발상 어디에도 종교의 본령인 사랑과 자비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종교의 외투를 걸친 인간의 폭력과 횡포만이 도드라질 뿐이다.

 

더욱이 일부 종교사학에서는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최종 교육 목표로 '하나님 나라 건설'을 지향하는 모양이다.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고 선언이나 서약을 요구한다. 따르지 않으면 징계도 서슴지 않는다. 강요된 '신앙 천국 불신 지옥'이 따로 없다.

 

이들은 신성한 종교의 이름으로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지 못 한다. 일부 종교사학들의 이 같은 만용은 패악스럽다.

 

종교사학으로서 건학이념을 숭고하게 지키며 교육활동에 매진하는 아름다운 학교들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특정종교를 강요하며 '하나님 나라 건설' 운운하는 건 신앙의 본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천국일지 모르겠으나 당하는 입장에서는 생지옥이라는 걸 왜 살피지 않는 것일까.

 

가장 비종교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억압하는 그들을 위해서도 천국의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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