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비리 척결의 필요조건

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을 고치라고 '명령'했다. 해직된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명령의 핵심이다. 이에 '복종'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나아가 노조 설립신고서를 취소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법외노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없이 합법노조로 10년 동안 활동해 왔는데 설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다. 공무원노조가 가늠자다. 공무원노조는 노동부가 요구한 해직자 문제를 대의원대회에서 받아들였지만 결국 노조 설립신고서가 반려됐다.

 

한 교사는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부득이하게 해직된 교사를 전교조가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시정하라는 건 지금까지의 전교조 활동을 부정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1989년 창립한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되면서 9만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과 함께 교육민주화 에 힘써 왔다. 촌지와 부교재 채택료 안 받기, 교사 채용비리 없애기, 학교 예·결산 공개운동, 사학재단 비리 알리기 등을 실천하면서 면역항체 노릇을 했다. 그러니 꼼수를 부리는 학교장과 사학재단에게는 전교조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전교조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학교와 교육계의 교육비리가 많이 잦아들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인사비리, 자사고 입시비리에 이어 학교장의 뒷돈 챙기기 등 잇따른 교육계 윗선의 비리로 구린내가 진동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사고 100개 설립 등 자신의 교육공약을 이행하는 한편 전교조를 줄기차게 탄압한 지 꼭 2년이 되는 시기다. 정부 정책에 쓴소리하고 사학의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교단을 강제로 떠난 전교조 교사가 거리를 헤매는 동안 학교장 등 교육계 고위직은 비리를 저지른 현실을 우연으로만 볼 수 있을까.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한 야마구치 다카시 전일본교직원조합 중앙집행위원장은 <교육희망> 인터뷰에서 "교육계 내부에서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전교조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리를 없앨 수 있다"면서 "지금 한국 정부처럼 전교조를 탄압해서는 비리를 근절하긴 힘들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전교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부정부패 청산'과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을 내세운 공무원노조 탄압 역시 마찬가지다.

 

더 넓게 봐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청렴지수(CPI) 상위 10개국 뉴질랜드, 덴마크, 싱가포르, 스위스, 핀란드 등의 나라가 노조 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80~90%에 이른다는 사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노조의 활동력과 국가청렴도는 정비례한 것이다. 교육비리 척결의 필요조건은 바로 '전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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