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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박기태 교사 |
"전교조 교사 명단이 공개됐을 때 으쓱했어요. 사람들이 '알고 보니 열심히 사는 교사들은 전교조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이윤미 전북 신동초 교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학부모의 알 권리'를 가장한 '전교조 교사 무능론'과 '색깔론'
확대 생산에 열을 올리는 정부 여당의 행태에 분노할 만도 한데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전교조 교사로 사는 즐거움'을 말했다.
열정적 조직 활동에 분회원 쑥쑥
이 교사는 발령 2년차인 1997년, 당시 비합법 노조였던 전교조에 가입했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선배가 속한 곳이었기에 '비합법'이란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았다. 열심히 교사들을 만났고, <교육희망>도 전달했다. 올해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분회 연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명사초청 강연부터 독서교육, 합창지휘법까지 다양한 주제로 꾸려진 연수에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도 함께 했다.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학교를 바꾸는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으로 악착같이 활동하고 있다.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던 방과후학교 컴퓨터 교실의 직영 전환을 제안했다가 진통 끝에 안건이 통과되고, 수강료가 절감되면서 학부모들의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땐 보람도 느꼈다.
"사실 교사들은 전교조에 별 관심이 없어요. 악의적인 언론 보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이는 많고요. 하지만 그들과 만나서 끊임없이 정보도 공유하고, 학교생활의 고민을 함께 나누던 제가 조합원인 것을 알게 되면 전교조를 다르게 보더군요. 그들이 조합원으로 가입은 하지 않더라도 좋은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요."
전교조와 학교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윤미 교사의 노력은 3년 전 10명 남짓이었던 분회원 수를 26명까지 늘려놓았다.
열정 충만 새내기도 전교조 찾아 똑똑
"젊고 열정적인 선생님들 대부분은 전교조라고 추천한 것 밖에 없는데요."
김광원 완도 군외초 불목분교 교사는 지난해까지 근무한 완도 중앙초에서 새내기 교사 10여명의 전교조 가입 신청서를 받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교사 두 명이 전부인 분교로 옮겨와 "조직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취재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내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완도 중앙초는 도서벽지 점수가 없는 학교 특성상 새내기 교사가 많았다. 김 교사는 학교 일에 서툰 후배 교사들을 위해 가지고 있던 업무 자료를 공유했다. 동학년회의 등을 통해 들은 이야기 중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학교장에게 건의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규 선생님들은 워낙 맡은 업무가 많기 때문에 따로 모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더군요. 그래서 <교육희망>을 넉넉하게 신청해 전해주거나 분회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았지요."
선배 교사들의 관심은 새내기 교사들의 전교조 가입으로 돌아왔다. 그가 이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16명이 전교조 교사가 됐다.
그는 전교조의 힘으로 '사람의 따뜻함'을 꼽았다. 새 학교에서는 학력 향상의 전쟁터에 몰린 아이들이 최대한 노는 듯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새로운 숙제라고 했다.
명단공개 '특수' 누릴 수 없던 이유
지난 해 전국 지회장 연수에서 '지회는 신세대 교사들과 어떻게 소통했나?'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지부 중등성북지회는 "학교에 교사로서 자신의 역할 모델이 될 조합원이 있고 주위에 친한 선생님, 어울리는 선생님이 조합원일 경우 전교조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이 좋아지고 조합에 가입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명단 공개를 통한 정치권의 전교조 때리기가 성실한 전교조 조합원을 겪은 이들의 경험 앞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권태환 경북 상주초 교사는 "지역 교사 몇 명이 소모임을 꾸려 한 달에 두 번씩 만났는데 모임 장소가 전교조 지회 사무실이었다"고 했다. 비조합원이었던 그는 사무실을 오가며 자연스레 지회 조합원들과 친해졌고 지난 해 3월 전교조에 가입했다. 거창한 답을 기대한 기자에게 그는 "선배들이 보여준 교육활동, 인간적인 만남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조합 가입 이유"라며 웃었다.



컷·박기태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