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4>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겠지?

피해자는 남자 중학생인데 외모만 봐도 약골로 보이는 아이였다. 몇몇 아이들이 장난삼아 피해자를 툭툭 건드렸는데 피해자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울자 재미있어 하면서 자주 건드렸다. 가해자들은 평소 생활태도가 괜찮은 아이들이었고 피해자 역시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다. 피해자의 엄마는 학부모회 임원이어서 학교에 자주 왔는데 자녀가 맞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가해자들을 야단치기도 했다.



어느 날 피해자의 엄마에게 혼이 난 한 아이가 화가 나서 피해자를 화장실로 불러 때렸다. 당시 화장실에 많은 아이들이 있었음에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다치게 됐다.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화장실에서 웃으며 구경하던 아이들도 함께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가해자를 야단치기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담임교사는 가해자가 모범생이라면서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이라 했고 피해자의 부모에게 자녀의 가정지도를 요구했다. 피해자 부모는 이전의 폭력과 괴롭힘에 대해서는 사과만 받고 넘어가려 했으나 담임교사가 오히려 자녀의 문제를 거론하며 가정지도를 요구하자 화가 났다.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담임교사에 대한 처벌까지 요구했다.



때로 어른들은 피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따돌림이나 폭력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어떤 따돌림 피해자는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으며 조금 더 내성적인 성격이나 외모 등이 폭력의 이유가 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건전하게 풀지 않고 권력을 획득하여 풀고자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를 위해 따돌림이나 폭력의 대상을 찾는다. 어떤 아이가 따돌림이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그 아이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보다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서 따돌림이나 폭력의 구실을 찾아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설사 피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따돌림이나 폭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문제가 따돌림이나 폭력행위를 절대 정당화해 주지 않는다. 어른들이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어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할 수 있고 때로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학급 아이들이 피해자를 괴롭힌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행동의 이면에는 권력 획득을 위한 아이들의 투쟁이 있다. 그것을 보지 못하면 피해자의 어눌함이나 소극적인 성격 등에서 폭력의 원인을 찾기 쉽다.



그런데 만약 담임교사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화장실 사건의 가해자를 처벌했다면 문제가 해결됐을까? 아마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을 것이다. 왜냐면 학급 내 권력관계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문제는 학급 아이들 전체에 대한 지도가 병행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학급 내 권력 관계는 단시일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찰과 지도가 필요하다. (짧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학급운영 전 기간에 걸친 지도 방법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하기 어렵다. 전교조에서 발행한 <따돌림,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전교조 누리집에서 한글 파일이나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장기적인 지도의 문제는 제쳐두기로 하고 일단 이 사건 자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우선 가해자에게 가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가해 행동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려주고 학급 아이들 앞에서 공개사과하게 한다. 이 경우 공개사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학급 아이들 앞에서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공개사과를 하고 나면 가해자 스스로 조심하게 된다. 또 하나는 그동안 괴롭혔던 다른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경고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괴롭힘으로써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공개사과를 하면 처벌 수위 자체는 굳이 높게 할 필요가 없다.



물론 다른 사건들과 형평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급 아이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할 필요도 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하면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피해자를 괴롭혔는가?''나는 왜 보고만 있었는가?''내가 피해자라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많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력을 당한다면 어떤 기분일까?''가해자가 선생님께 혼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면 아이들은 더 이상 피해자를 괴롭히지 않을까?' 등의 물음에 답하도록 한다. 적을 때는 장난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게 주의한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려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피해자를 괴롭혔던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적은 것을 모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할 수 있지만 교사가 적절하게 훈화하면 금상첨화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종이를 나눠주고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편지를 쓰게 한다. 편지를 쓴 아이와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전체 아이들에게 몇 편 읽어 준다. 그런 후 아이들이 쓴 편지를 피해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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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 피해자 ,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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