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희망칼럼]'전쟁'을 물어보는 아이들

지난 주부터 아이들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사이에서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를 아이들이 물어온다.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다. 왜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전쟁의 위험이 거론되고 있는지,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인지. 맑은 눈망울의 우리 아이들에게 그것은 너무도 야만적인 세계에 사는 어른들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 발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거치면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군사적·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를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은 남북관계의 전면단절 선언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에 대한 심리전 방송을 개시했고 북측은 이에 대한 조준 사격을 하겠다고 나섰다. 곳곳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다가 남북간의 국지적 충돌이라도 생긴다면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생겨난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현 정부에서는 그러한 위험을 완충시킬 장치들이 남북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남과 북의 관계는 20년전 냉전시대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렸다. 지난 20년간 어렵게 쌓아온 남북화해의 성과들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이번의 위기를 넘긴다해도, 다시 남북간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따라야 함은 두말 할 것 없다.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을까.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아직 충분히 국민의 동의가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다. 야당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하며 검증 혹은 재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진상조사특위가 구성되어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정부의 표현대로 '98퍼센트'정확한 것이라 해도, 그것이 '100퍼센트'로 확인될 때까지는 한반도의 상황을 악화시킬 조치들은 자제해 한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결론만 갖고 정부가 전쟁의 위험을 초래할 모험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북한의 민감한 반발을 초래하는 강경한 대북조치들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강력한 대북조치들은 조사결과에 대한 완전한 검증이 이루어진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한꺼번에 쏟아낸 대북조치들로 인해 남북간 군사적 충돌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증시까지도 한반도 리스크의 영향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급기야 아이들의 입에서까지 '전쟁'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응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너무 나가버렸다. 자칫하면 정부 스스로도 상황을 관리하지 못하는, 그리하여 뒷감당을 못하는 사태를 우려한다. 이제라도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절제된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전쟁에 대한 걱정이 나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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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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