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독서실 사용료를 내야한다거나 질 낮은 급식을 먹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공익제보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교단에서 쫓겨나는 교사는 제가 마지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6·2 지방선거에서 해직교사 출신으로 서울시교육의원에 당선한 김형태 교사를 만났다. 그는 ‘양천고는 바짝 긴장해야 겠다’는 기자의 농담에 웃음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육비리 척결’을 가장 앞에 내세우고 당선된 그답게 교육 비리, 구체적으로는 사학 비리를 포함한 교육 비리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해직교사 출신으로 교육의원에 당선됐다. 소감을 말해달라
“솔직히 기쁘다기 보단 어깨가 무겁다. 서울 교육이 달라지면 우리 교육 전반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로 지지를 해주셨는데 기대만큼 못하면 시민들은 금세 실망하지 않겠나.
무한경쟁이 아닌 상호협력 교육, 차별이 아닌 배려의 교육으로 교육의 큰 틀을 바꾸는데 함께할 것이다. 교육으로 인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고통 받는 현실을 벗어나 학교가 신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변화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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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당선자. 유영민 기자 |
- 당선의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우리 교육을 바꿔야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이 저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는 제 마음, 학교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했던 제 삶의 진정성을 알아주신 게 아닌가 싶다. 선거가 끝난 뒤 ‘진심과 진정이 통한 결과’라는 격려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 선거운동 기간 동안 어려웠던 점(혹은 기억에 남는 일)은?
“선거 과정에서 격려를 많이 받았다. 학교 앞에서 했던 1인 시위를 기억하며 알은 척을 하는 이도 만났고, 애들 위하는 일 하다가 저리 됐다며 꼭 당선시켜야 한다는 격려의 말도 들었다. 한나라당 선거운동원도 응원을 해줄 정도였다. 초등학교 앞에서 준비물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하자 아이들이 ‘숙제도 없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웃음).
디스크가 심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께서 아들의 출마 소식을 듣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동네 지하철역이며 시장에서 명함을 돌리셨다. 불편한 몸으로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유세 중 만난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자 ‘출근길에 어머니께 이미 여러 번 (명함을)받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교육비리 고발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선거는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 짠했다.”
- 어떤 교육의원이 되고 싶은가?
“큰 틀에서는 새로운 교육감과 함께 아이들을 덜 힘들게 하는 교육을 만들어가겠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으니 아이들이나 학부모, 교사의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 학부모는 보내고 싶은 학교, 교사는 일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 3주체의 충실한 대변자가 되겠다.
학교 비리에 맞서 싸우며 교육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교육청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개별 학교는 변하지 않는다. 이들의 변화를 견인해 내겠다.
해직교사 시절 학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에는 귀 닫았던 교육청 관료들이 교육의원 당선과 동시에 축하 전화를 걸어오는 등 인사를 해와 적응이 안됐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들의 달라진 태도에 서글프다가, 교육의원으로 양천고 문제를 다루게 될 때 시교육청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인간적으로 궁금해졌다. 해직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할 말을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 양천고 비리 관련 문제제기도 계속할 것인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양천고 특별감사를 하자고 하면 보복성으로 읽히지 않겠나(웃음)? 원칙에 따라 하겠다. 학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사학비리를 알렸다는 이유로 해직이 됐고 여기까지 왔다. 사립학교 정상화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공약 중에 ‘비리 사학은 공립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독서실비를 내거나 비싼 체육복을 입고, 질 낮은 급식을 먹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면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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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직 교사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유영민 기자 |
- 복직이 가능한 상황이 오면 학교로 돌아갈 의향은 있나?
“교육의원 당선증을 받기로 한 화요일(6월 8일)에 해임 취소 행정소송 첫 재판이 잡혀있다. 교육의원에 출마할 때 이 길로 가면 학교로 못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를 걱정했다.
4년 임기를 마친 뒤 학교로 돌아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소망은 여전히 있지만 소망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전교조 선생님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마음으로 많이 성원해주고 안타까워해주신 선생님들…… 참, 눈물이 나려하네(그는 혼잣말 뒤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는 마음이 통하니까. 미력이나마 힘이 되어 우리가 생각했던 교육, 꿈꿔왔던 교육, 교육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우리 선생님들 이제 그만 기 펴도 될 것 같다. 진보 교육감 당선으로 우리가 원하던 교육의 실현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선생님들도 애정 어린 비판에 그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활짝 웃는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당선자. 유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