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그저 편하고 행복해 할 뿐입니다"

지회를 찾아서 - 3 경기 양평지회: '새로운 학교'의 꿈이 현실로

전교조 지회를 아십니까? 300여곳 전국 각 지에 퍼져 있는 전교조 중추 기관이지요. 학교 현장의 조합원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참교육 활동을 풀뿌리에서 집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회의 요즘을 엿보러 <교육희망>이 찾아갑니다. 취재를 원하는 지회는 '아우성'전화 부탁합니다. 어느 지회를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싶습니다.

'새학교'의 꿈을 가장 먼저 현실로 만든 조현초의 올해 입학식 장면. 최탁 조현초 교사 제공

경기 양평지회를 찾은 날은 구름이 제법 드리워진 후텁지근한 날이었다. 장마가 시작됐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운치 있게도 이 날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 두물머리에 황포돛배가 뜬 날이기도 했다.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서둘러 출발한 탓에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이동준 양평지회 지회장과 만나기로 약속한 저녁 7시보다 좀 빠른 6시 30분쯤 양평군청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양평지회 사무실이 근처여서 군청에 차를 대라는 이동준 지회장의 안내가 있었던 덕이다.
 
7시까지는 지역 아동들의 공부방으로도 쓰인다는 지회 사무실은 자그마했다. 공부방 아이들의 뜨거운 학구열이 아직 다 빠져나가지 않은 때문인지 자그마한 지회 사무실은 찜통에 가까웠다.
 
취재차 방문한 이날은 지회 집행부 회의와 새로운 학교모임 회의가 함께 있는 날이었다. 따로 진행하던 일정인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렇게 됐다. 혹시 취재에 적극 협조하려고 그런 것이냐고 물었더니 일부러 조정한 일정은 아니라고 했다. 서로의 내용 공유를 위해 모임을 함께 하게 되었다고.
 
양평지회는 초등 중심으로 지회 활동이 매우 활발한 지회 가운데 하나다. 특히 새로운 학교모임 활동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조현초, 세월초, 수입초, 정배분교 등 이름만 대도 '아! 그 학교'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학교들이 바로 양평지회 새로운 학교모임 교사들이 일구고 가꾼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이날 지회 사무실에 모인 교사들도 자리에 앉기가 바쁘게 지회 이야기며 새학교('새로운 학교'를 여기서는 그렇게 부른다) 이야기를 하느라 진지하고 차분한 가운데 열기가 달아올랐다.
 
새학교 모임의 시작은 매우 소박했다. 교사로서 새로운 역할과 학교 수업 모델 등을 고민해보고 그 힘으로 학교를 바꾸어보자고 한 것이 오늘날의 새학교 모임이다.
 
남한산초의 모범 사례가 막 전해지기 시작하던 무렵 세월초에 남궁역 교사 등이 들어가면서 양평지회의 새학교 운동이 본격화됐다. 2007년 이중현 교사가 조현초 공모 교장으로 가게 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정배분교에도 새학교의 꿈을 가진 조합원 교사들이 4명이나 모이게 됐다. 수입초는 혁신학교로 지정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았고 세월초도 혁신학교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해 2차 학교장 면접만 남겨둔 상태다.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했을 때 정배분교 학부모 30여명은 '한겨레'에 광고를 내 전교조 교사지지 · 격려를 표현했다. 학부모들이 교원평가 반대 모임을 만들어 회의도 한다. 100% 자발적인 학부모들의 움직임이었다는 게 이 학교에 근무하는 이동준 지회장의 말이다. 정배분교는 연간 학급운영비만 해도 50만원이다. 5만원 안팎인 보통의 학교에 비하면 10배 수준이다.
 
이들 학교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도 직접 움직이며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현초와 세월초는 문화예술분야를, 수입초와 정배분교는 생태체험 중심의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세월초는 지난해 문화예술선도학교 응모해 선정이 되기도 했다.
 
저녁 7시까지 지역 아동들의 공부방으로도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양평지회 교사들은 '새학교'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임정훈 기자

그러다보니 농촌 작은 학교였던 이들 학교에 전 · 입학생이 대거 몰려드는 현상이 벌어졌다. 수입초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져서 올해 서너 달 만에 50명이던 전교생이 120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어났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급인원이 20명이 넘으니까 우리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못할 것 같아 전 · 입학생을 제한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것 역시 한결같이 입을 모으는 공통사항이다.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업을 꿈꾼다는 양평지회 새학교모임 교사들은 새학교 활동을 통해 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무한한 감동과 기쁨을 얻는다고 말한다. △과격한 모습이 사라졌다 △누구 앞에서든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조리 있게 잘 말한다 △표정이 온화하고 밝아졌다 는 것 등이 새학교 교사들이 말하는 아이들의 변화 모습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 모임에는 지회 집행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왔던 중등 조합원들도 새학교 모임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들은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는 지회 집행부 모임과 새학교 모임을 항상 함께 하자는 즉석 제안을 내놓았다. 이제 막 새학교와 혁신학교에 대해 공부하며 준비를 하고 있는 중등 교사들이 보기에 초등의 눈부신 활약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해 보였다.
 
혁신학교로 지정돼 나름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용인 흥덕고 방문 계획을 잡아놓았다는 말에서 중등 조합원들 역시 이미 활동은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양평의 새학교 바람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쾌지수가 매우 높고 땀이 비오듯 흐르는 가운데서도 이들의 회의는 두 시간을 넘겼다. 이동준 지회장이 회의 종료를 선언할 무렵 결국 비가 쏟아졌다. 자연스레 이들의 모임은 뒤풀이로 이어졌다. 뒤풀이에 함께 하지 못 하고 폭우처럼 들이붓는 비를 가르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전 · 입학 문의를 해오는 학부모들에게 하는 이야기라며 들려준 그들의 이야기가 그렁그렁한 울림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우리 학교에는 대단히 훌륭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전 · 입학을 온다고 해도 특별한 게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편하고 행복하게 학교에 다닙니다. 그런 학교를 계속 만들어가려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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