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입시 부담 줄이고, 아이들 웃음 키우고

고교평준화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성적 때문에 교복으로 차별당하는 느낌을 아이들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중학생때부터 이른바 빅3 학교에 들어가려고 입시지옥에 허덕인다. 그 때문에 사교육비도 높아졌다"


전교조 지회를 아십니까? 300여 곳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전교조 중추 기관이지요. 학교 현장의 조합원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참교육 활동을 풀뿌리에서 집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회의 요즘을 엿보러 <교육희망>이 찾아갑니다. 취재를 원하는 지회는 ‘아우성’ 전화 부탁합니다. 어느 지회를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싶습니다.(☎02-2670-9419)

천안중등지회 조합원들이 고교평준화실현시민연대와 함께 시민들에게 평준화 도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중등지회 제공

지회를 찾아서 - 4 충남 천안중등지회

2008년 어느 날이었다. 한 교사는 학생의 교복 왼쪽 가슴에 있어야 할 교표가 없는 것을 보았다. 이유를 묻자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창피해서 뗐어요." 교복만으로도 학교와 성적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비평준지역인 탓이다.
 
김동근 전교조 충남지부 천안중등지회장이 들려준 일화는 천안중등지회가 '평준화 실현'을 왜 중심사업으로 붙잡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2004년부터니까 햇수로 7년째 진행되는 사업이다.
 
'교복 차별'을 아시나요?
 
김동근 지회장은 "성적 때문에 교복으로 차별당하는 느낌을 아이들에게 줘서는 안 된다"면서 "중학생 때부터 이른바 빅3 학교에 들어가려고 입시지옥에 허덕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사교육비도 높아졌다"고 현재의 교육상황을 설명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006년 발표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적용 타당성 검토 연구'보고서를 보면 천안의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보다 10% 이상 더 지출됐다. 사교육 참여 중학생 비율은 76.75%로 전국평균 63.3%보다 13.4%나 더 높았고 천안 지역 전체 734개 학원 가운데 41%인 304개가 고입학원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만큼 일반계 고입 경쟁이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현재 천안 학생 수는 10만 4075명. 결국 충남 전체 학생 수 31만 8034명의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비평준화 지역에서 사교육비를 들여 입시경쟁을 하고 고교에 진학해서는 교복 때문에 차별을 받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인식으로 중등지회는 지난 4월 지역의 노동조합과 여성단체, 교육단체 등을 망라한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를 출범시키고 평준화 운동을 본격화했다.
 
1학기에는 48개교 분회를 찾아 평준화에 대해 설명하고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간씩 조합원들과 함께 천안역 등 주요 공간에서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여름방학 때는 아파트 별로 서는 장터를 찾아가 학부모를 만났다.
 
평준화 시민연대, 다시 출범시키다
 
사실 중등지회는 지난 2004년 이미 시민연대를 출범해 3년여간 평준화 운동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경남 김해와 포항이 시민들의 힘으로 평준화에 성공하면서 천안도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2006년 자체적인 여론조사에서 평준화 찬성 비율이 70%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준화 실시를 보류했다. 당시 찬성률은 55.7%. 쓰라린 경험이었다.
 
올해 초 이런 쓰라린 경험을 다시 꺼낸 것은 충남지부 정책기획국장을 겸하는 배영현 지회 사무국장이었다. 배영현 사무국장은 "다시 제안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어려서부터 입시에 찌들어 가는 아이들 모습을 하루라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의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었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다행히 지난 6월 교육감 선거 정국과 맞물리면서 평준화는 다시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올라섰다. 천안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당초 완강하게 반대한 김종성 충남교육감도 이러한 분위기에 밀려 올 하반기 추경예산에 평준화 여론조사 사업으로 4000만 원을 책정했을 정도다.
 
지회사무실을 찾은 지난 18일 오후 학생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첫 회의에서도 '평준화 중심주의'는 드러났다. 오는 10월30일 오후 '청소년, 세상을 열다'라는 주제로 여는 학생의 날 행사에 고교평준화 실현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시키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회의를 진행한 김학출 병천고 교사는 "비평준화는 초등학생에게도 영향을 줘 인성교육 부실과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을 기르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더 많은 조합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중등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8일 지회사무실에 모여 고교평준화 실현 내용을 담은 학생의 날 행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충남 첫 평준화 가능성
 
그렇다고 중등지회가 다른 사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천안초등지회와 함께 '교사, 배우며 가르치다'라는 주제로 연 '화요 인문학 자율연수'는 매주 접수가 꽉 차는 큰 호응을 얻었다. 비조합원도 참여했다. 연수에 만족을 느낀 교사들은 지난 여름방학 충남지부 직무연수에도 참여했다.
 
박덕준 참교육실천부장은 "대중 강연 형태가 아닌 프레네 교육, 비폭력 대화 등 교사들이 관심이 있는 강의로 프로그램을 짜 집중 배치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동근 지회장은 "조합원은 물론 현장 선생님들의 관심사를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면서 "고교 평준화를 매개로 다시 교사들을 만나면서 평준화 실현을 공유하고 선생님들의 요구도 챙기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서 인구 50만 명이 넘는 도시 가운데 비평준화 지역은 경기 용인과 천안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평준화 요구를 하는 곳은 천안이 유일하다. 경기교육청이 2012년 광명 · 안산 · 의정부 지역 평준화 시행을 밝혀 사실상 이들 도시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 평준화 운동이 지니는 의미는 커보였다. 큰 도시의 마지막 평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또 충남 교육의 핵심 지역에서 평준화를 실현할 것인지 천안중등지회의 앞으로 발걸음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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