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5월 충남도교육청이 '비품 및 이전비'명목으로 지원한 2900만원을 소파와 탁자, 전화대 등 교장실 집기를 구입했다. 충남교육청이 준 2900만원은 최근 부분 개축한 강당과 급식실, 5개 교실 꾸미는데 써야할 '목적경비'였다. 대형 TV가 있는데도 작은 TV 5대를 따로 구입해 1대를 교장실에 들여놓기도 했다. 아이들 교육환경 개선에 써야할 돈을 교장실 치장하는 데 전용한 것이다. 교육청 특별감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확인됐다.
그런데 충남교육청은 지난 달 23일 발표한 9월 인사에서 이 교장을 천안시 초교 교장 전보 명단에 포함시켰다. 충남지역에서는 아산보다 천안이 급지가 높고 학생 수가 많아 이같은 인사는'영전'으로 여겨진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3월 일제고사 때 서울교육청 진단평가 문제를 그대로 베껴 냈다가 문제를 일으킨 당시 초등교육과장과 담당 장학사를 각각 유임하고 승진시켰다. 당시 이 사안으로 시험 당일 학사 파행이 빚어졌고 1300만 원의 예산을 날려버렸다. 감사원이 지난 6월 감사를 진행해 실무책임자에 '주의'처분을 내렸지만 인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상당 수 시도교육청이 9월 인사에서 상식을 벗어난 인사로 신뢰를 잃었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사실상 승진시키는가 하면 학사 파행을 불러온 사람이 본인의 임용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같은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교육청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와 함께 인사검증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교육청 인사위원회 구조에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시도교육청 인사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사위원 대부분이 임용 대상자들의 정보를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석상에서 제공받는다. 제공된 정보에는 교육청 인사담당자가 매긴 순위가 나열돼 있다. 그 순위에 맞춰 당일 인사 심의를 마친다. 꼼꼼한 심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인사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한 인사위원은 "임용대상자 정보를 그 날 가서 아는데 어떻게 부적격 사유가 있는 사람을 가려내겠냐"면서 "교육청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인사위가 왜 있는지 모를 정도다"라고 푸념했다.
교과부가 지난 1월 인사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교육공무원의 선발과 승진, 전직, 전보 등의 인사 기준과 임용대상 직위에 대한 주요 정보를 누리집 등에 사전 공개토록 했지만 이를 지키는 시도교육청은 거의 없다.
성광진 대전교육청 인사위원은 "교육청은 임용대상자 정보를 미리 공개했을 때 생길 불미스러운 일을 걱정하지만 적어도 인사위원에게는 자료를 제공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위 구성에서 내부인사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교과부가 인사비리를 막는다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했지만 딱 40%만 채우는 실정이다.
대전의 경우 10명의 인사위원 가운데 6명이 내부인사였다. 특히 문제가 된 초등교육과장(현 교수학습과장)이 인사위원으로 자신의 임용을 결정했다. 인사위 정원이 9명인 곳 역시 4명까지만 외부인사를 둔다. 절반 이상은 허락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7월 인사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면서 외부인사 7명을 위촉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인사위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당시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교육청 인사 운영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진강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인사권이 작동되는 인사위원과 인사위원회의 결과, 인사위원회 규정 등 인사 작업이 어떤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지를 공개해야 인사위의 책임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