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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봉사를 나가기로 결심했을 때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있고 언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를 텐데 내가 과연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난 그때까지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날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베트남 사람들 같은 경우 우리나라 사람과 매우 닮아서 말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의 다른 나라는 피부색은 다르지만 간단한 영어 단어 하나로도 통할 수 있었다. 웃으며 인사를 하면 그들은 어린 나에게 꼭 허리 숙여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일주일 내내 타국에서 일하느라 힘들 법도 하지만 주말이면 꼭 나와서 한국어 공부도 하고 컴퓨터와 태권도도 배운다.
매주 봉사를 나가는 나를 기억해주는 그들은 이제 내 가족이고 친구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근로자들을 안내하고 센터의 작은 일들을 도우며 알뜰매장을 운영하는 정도이다. 각 수업에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어수업을 참관하거나 수업을 할 수는 없다.
아침에 오자마자 1층 쉼터에 앉으시더니 책을 파는 캄보디아인 피어로스씨는 나와 친구들을 부른다. 한국어 숙제를 좀 도와달라는 말에 우리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한국어를 얼마나 잘 하시는지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잘 하셨다. 적응하기 위해 한국어를 틈틈이 배우는 모습에 놀랐다. 우리는 함께 사진도 찍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그렇게 웃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그들 스스로의 권리를 침해받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버스를 타니까 냄새가 난다고 수군거리는 사람, 자리가 있는데도 외국인 근로자를 보더니 앉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만약 그 외국인이 다른 선진국의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주는 고용허가제도 아직 열악한 이 사회에서 우리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스리랑카 프레딥이라는 분과 같은 방향이라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걸은 적이 있다. 한국에 와서 힘든 점은 없냐고 내가 물었더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외롭다고 말했다. "회사에는 한국 사람들 나이 좀 많아, 그래서 나 심심해요." 그래서 "그래도 친구들 많지 않아요?" 물었더니 "그래도 심심해 외로워, 현정이는 다른 나라 사람들 사이에 혼자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음… 아니야. 진짜 외로워. 근데 엄마 만나요? 얼른 가요, 엄마가 나 보면 싫어해. 현정이 혼나. 잘가요"하고 사라졌다. 나는 프레딥 씨의 말을 듣고 너무 속상하고 죄송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아마 미국, 프랑스 등의 서양이었으니까. 그리고 엄마가 싫어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고 그들 또한 차별을 느끼고 있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외국인 근로자 불법체류자 단속을 할 때 그물 총을 사용하고 구타를 심하게 해서 골절시키고 무작정 수갑을 채우고 쇠창살에 가뒀다가 이상이 없으면 풀어준다는 다양한 사례들을 접한 후 너무 죄송했다.
같은 인간으로서 신체의 자유가 있고 권리가 있는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외국인이라는 편견, 노동자라는 편견, 우리보다 형편이 나쁘다는 편견들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런 편견이 인권침해의 이유가 된다면 우리나라 사람도 외국에 나가 이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역지사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