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체벌 찬반 논쟁을 중단하고 체벌금지를 통해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방안과 체벌이 사라질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3일 서울 청담중학교를 방문했다. 체벌 없는 학교 운영 사례와 업무매뉴얼을 통해 교원 업무 경감을 정착시킨 사례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교육감의 학교 방문은 체벌 금지를 위해서 교육여건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 없는 체벌 규정과 대체 프로그램 도입은 자발적 실천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체벌 없는 학교 위한 첫 걸음
이날 학교 업무보고를 진행한 정인순 청담중 교장은 체벌 없는 생활지도를 위해 삼진 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업 중 방해를 하거나 교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학생을 학교 공익요원이 상담실로 데려가면 배움터 지킴이나 상담교사의 관리 아래 해당 교과 자율학습 등을 진행한 뒤 담당자가 지도 내용을 기록에 남긴다. 이 같은 상황이 3회까지 반복되면 학교는 학부모를 호출하는 한편 선도위원회에 학생을 회부할 수 있다.
이 학교 송인숙 교사는 "삼진아웃제 도입 이후 아이들에게 감정적이 될 수 있는 순간을 피하게 되고, 아이 역시 교실 밖에서 감정을 추스르면서 자연스럽게 체벌이 줄게 됐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권승훈 학생도 "학교에서 맞아본 적이 없다. 전반적 분위기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학생 지도가 아닌 격리가 우선시 된다는 점에서 체벌 대체 프로그램으로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 체벌금지 테스크포스팀에서 논의 중인 체벌 대체 프로그램(안)에는 학생이 수업을 방해할 경우 이를 지적한 뒤 교실 뒤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수업에 참여시키는 등 교실 안 지도를 시도한 뒤 불응할 경우 타임 아웃제(교실 밖 지도) 적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어진 교육감과의 간담회 과정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학생의 머리 길이가 어깨를 넘어갈 경우 묶어야 한다는 두발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한편 이를 근거로 부과하는 벌점 기준도 모호해 불만이 있다면서 완전한 두발 자율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곽노현 교육감은 "생활지도규정 중 학생들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고쳐야 제도의 권위가 살고 학생들도 이를 지킬 것"이라면서 "교사들이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규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체벌을 유발하는 다양한 규제와 제한을 풀어달라"고 당부했다. 참고로 이 학교 학생생활규정에는 체벌금지 조항이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를 위한 학생 생활지도 방안'을 완성해 학교 현장에 전달했다.
경기학생인권조례 논란 끝 상임위 통과
지난 7일 경기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 논란 끝에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됐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해 5월 제정 계획을 수립하고 곽노현 현 서울시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문위원회를 꾸려 활동을 계속해 왔다. 지난 해 12월 초안이 발표되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념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학교 혼란, 수업 차질 등의 억측을 끄집어 낸 바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최종안이 발표되고 법제심의 등을 거쳐 도의회에 상정한 결과 교육상임위 통과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는 조례안의 필요성 여부를 시작으로 교권과의 충돌 가능성, 일부 조항에 대한 대책마련 준비정도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먼저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현해야 할 학교에서 인권을 배우고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요구이며 인권조례 시행은 인권의식과 문화, 학생지도 방식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원안의 통과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의견에 다수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찬성 9, 반대 1, 기권 1로 교육상임위를 통과했고 17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