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태일오빠 책 엄마한테도 소개했어요"

천안 신용초 6학년 3반 31명의 특별한 수업

"전태일 열사님은 대구에서 1948년 8월26일 태어나셨습니다.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지난달 20일 천안 신용초등학교 6학년 3반 국어 시간. 전태일 열사를 설명하는 김수현 학생 목소리는 막힘이 없었다. 2주 전 담임 선생님이 나눠준 <청년 노동자 - 전태일>이라는 책을 읽은 터였다.

 

모둠을 대표해 발표한 전태일 열사 생각의 지도(마인드 맵)에는 '청년 노동자 전태일'을 가운데 두고 △고향 △가족 △바보회 △마지막 △돈을 벌기 위해 한 일 등의 항목이 시계 방향으로 적혀 있다. 지도만 보아도 전태일 열사의 삶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번에 책을 읽고 수업을 하면서 전태일 오빠를 처음 알았어요. 책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엄마한테도 소개해 주었죠"라며 입을 뗀 수현학생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근로기준법의 어려운 한자도 잘 몰랐을 텐데 힘쓰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만약에 나라면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금방 포기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 가족을 설명하는 중에 전 열사 동생 이름이 나오자 학생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담임선생님 이름과 같은 '전순옥'이었기 때문이다. 강희범 학생은 "진짜 동생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라며 신기해했다.

 

이날 국어 시간은 올해로 40주기를 맞는 전태일 열사 기념행사에 보낼 편지를 쓰는 것으로 채워졌다.



전순옥 교사는 "전태일 열사는 차비로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자신은 걸어다니는 등 다른 사람의 어려운 점을 함께 느끼고 도와줬어요"라면서 "노동자들이 보장받을 권리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지셨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시 "바보회라는 이름을 왜 지었을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바보처럼 많은 시간을 일했기 때문", "바보처럼 살았기 때문"등 저마다의 답을 했다.

 

전 교사가 "충남 대표로 전태일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거예요. 30일 날 서울광장에 여러분의 편지가 전시될 거예요. 잘 써 봐요"라고 말하자 분홍색 편지지를 받아 든 학생들 표정이 진지해졌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때는 그의 나이 23살.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오빠와 형이라는 호칭이 더 가까웠나보다. 부르는 말에 '전태일 오빠께'라고 쓴 김정아 학생은 "우리랑 10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오빠가 좀 더 친근해요"라고 웃으며 "모든 이를 대신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세상을 떠난 전태일 오빠를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는 게 작은 변화가 아닌가 싶어요"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자신만의 의미를 덧붙였다.

 

열사라고 부른 이상용 학생은 "유관순 열사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이라 열사라고 불렀어요"라고 답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면서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사실을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박대호 학생은 "몸에 불을 붙여 살점이 하나씩 녹아내리는 것을 참아야 하는 그 고통을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 끼쳐요"라며 놀라워했다. 이지현 학생은 "그 누구도 하기 어려웠을 텐데 얼마나 절박했으면 목숨을 내놓고 몸에 불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어린 소녀, 소년을 위해, 노동자들을 위해 분신한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라고 밝혔다.

 

전순옥 교사는 "우리 반 아이들도 크면 대부분 노동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평소에도 노동교육을 틈틈이 해 왔다"면서 "전태일 열사를 통해 노동자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같은 3반 학생들의 반응 때문이었을까. 전태일 '형·오빠' 알기는 시나브로 신용초에 퍼져가고 있다. 옆 반인 2반도 사회 시간에 수업을 할 계획이다. 3반이 읽은 책도 빌렸다.

 

2반 담임인 강수진 교사는 "훌륭한 사람의 전기를 읽고 요약하는 주제 시간을 활용해 전태일 열사를 들여다 볼 생각"이라며 "소외된 사람과 함께 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애쓴 분의 삶과 정신은 아이들 인성교육에 꼭 필요한 가치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31명의 학생들이 전태일 오빠·형에게 쓴 편지는 지난 30일 서울광장에 전시돼 큰 관심을 끌었다. 한 학생의 편지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노동자들 파이팅!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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