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부활'을 믿습니다

며칠 전 충북 참실대회에 가서 징계 받은 교사들을 만났습니다. 젊은 교사(저에게는 어린 교사로 보이니 나이가 먹기는 먹은 모양)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징계를 당할 때의 저보다는 훨씬 씩씩했습니다.
 
1985년 8월, '민중교육지 사건'에 연루되어 처음으로 징계대상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교단을 떠난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파면대상자가 되었을 때 무조건 징계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캄캄했어요.
 
다른 징계대상자들을 만나보고, 혼자서 밤새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비록 원해서, 또 준비하고 당하는 징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전체 전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몫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지요. 그 뒤로 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나름대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처럼 살다보면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어떤 역할을 맡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살다보면 징계를 당한다거나, 분회장이나 지회장이 된다거나 하는 것처럼 어려운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럴 때에는 예수의 마지막 기도를 생각합니다.
 
예수가 자신의 십자가 처형을 예감하고 겟세마네라는 곳에 제자들과 함께 가서 기도를 합니다. 제자들에게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고 말하고 동산에 올라 기도를 합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하시고자만 하시면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주소서" 피땀을 흘리며기도했다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스승의 고통에 대해서 아랑곳없이 쿨쿨 잠을 잤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이를 본 예수가 "너희는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 라고 탄식합니다. 그런 후에 다시 가서 또 기도를 하지요 "아버지, 이것이 제가 마시지 않고는 치워질 수 없는 잔이라면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그런 기도를 몇 차례 하고 나자 동이 트고, 로마군인들이 그를 잡으러 왔습니다. 사랑하는 제자 유다가 앞장을 서서.
 
저는 '사람 예수'를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철저하게 외로웠던 사람, 사랑하는 제자는 그를 지목하여 고발하고, 가장 아끼던 제자로부터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부정당했던 사람. 오죽 답답하면 제자들에게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느냐'라고 했을까.
 
활동가들이 느끼는 답답함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징계를 당하고 해직을 당하는 당사자들이 느끼는 외로움 같은 것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낮 시간에 왁자지껄 모여 있을 때에는 잘 모르다가 늦은 밤 혼자 있을 때에 느끼는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갑자기 몰려드는 서러움을,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겉으로는 강해보는 '투사'일지라도 '인간 예수'의 '이 쓴 잔을 거두어 주옵소서'라는 간절한 기도가 왜 없겠습니까?
 
그런데 예수의 마지막 기도는 '저의 뜻대로 하지 마시고, 주의 뜻대로 하소서'로 끝납니다. 아마 우리 같았으면 속칭 '도바리'라는 것을 쳤겠지요. 그 밤에 도망을 갔으면 십자가에 매달려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그는 죽었습니다. 그 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지요. 쿨쿨 잠을 자던 제자들이 새롭게 변화되어 또 다른 '예수'가 되어 버리지요. '세 번이나 스승을 부정'했던 제자는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하다가 결국 자신도 십자가에 매달립니다. 제자들이 모두 변합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대중의 각성'이라고 할까.
 
신학과 관계없는 제 나름대로의 해석입니다. 운동도 이와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늘 '저에게서 쓴잔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합니다. 저에게 상담 전화가 오는 경우가 바로 이 대목입니다. 교권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힘든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 가끔은 '저의 뜻대로 마시고 주의 뜻대로 하소서'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참 많은 활동가들이 결국 그런 기도를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갑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제 자신도 힘이 듭니다.
 
지난 1년 너무도 힘든 세월을 지냈습니다. 매일같이 징계에 대한 상담과 대응으로 이어갔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힘들고, 당사자들도 힘들고, 동료교사들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활'을 믿습니다. '역사적 부활'을 믿습니다. 지난 20년 전교조의 역사가 그러했고, 지난 30년 교육운동사가 그러 했습니다.
 
올해 마지막 교권칼럼은 대단히 감상적으로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징계와 탄압의 고통을 겪고 있는 교사들에게, 악덕 사립학교에서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조합원 동지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보겠다고 밤늦도록 퇴근도 하지 못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혁신학교 선생님들에게,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역사에 온몸을 던진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0년을 마감하면서.

(http://user.chollian.net/~yes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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