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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미혼모 위탁 학교인 '나래대안학교' 학생들이 담당 교사와 함께 수업하고 있다. 유영민 기자 youngbittle@gmail.com |
ㄱ 학생은 나래대안학교(나래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공부 중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이곳에 오게 됐고, 지난 달 아이를 출산했다. 그는 여기서 중학교 졸업장을 받고, 미용고에 진학해 미용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이 ㄱ 학생과 같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학교에서는 재학생이 임신을 하면 퇴학이나 전학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 현실. 나래학교는 임신 중인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위탁교육 시설이다.
모든 아이들의 배울 권리 인정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을 교과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및 16개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임신으로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한 미혼모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호시설 '애란원'을 대안교육 위탁기관인 '나래학교'로 지정했다.
나래학교는 임신을 한 중고생 누구나 위탁교육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미 퇴학, 자퇴, 휴학 중인 학생들은 복교 절차를 거쳐 학적을 회복한 뒤 위탁교육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원래 다니던 학교에 학적을 두고 나래학교에서 취득한 출결 및 성적을 재적학교에서 인정받게 된다. 현재 중등과정 2명, 고등과정 2명 등 4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보통교과 40%와 예비부모교육, 진로직업교육 등 60%의 대안교과로 꾸려져있다.
지난 8월 개교한 나래학교의 한 학기가 끝나가는 지난 7일 서울 서대문 애란원 내 나래학교를 찾았다. 여기서 만난 한상순 애란원장은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를 안내하는 공문은 보냈다는데 예상했던 만큼 학생 수가 늘지는 않았다"며 홍보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처음 이 학교를 세울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원적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고민을 통해 입양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미혼모라는 굴레를 씌울 수 없었고, 미혼모 학교 출신이라는 낙인을 찍게 할 수는 더더욱 없었지요."
나래학교를 임신한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원적학교를 둔 위탁교육기관 형태로 운영하기까지는 미혼모 청소년에 대한 그의 애정이 작용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후 복교, 검정고시, 대안학교 진학 등을 선택한다고 했다. 통상 아이의 양육을 선택한 학생은 학업과의 병행을 위해 검정고시 및 대안학교 진학을, 입양을 선택한 학생들은 복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모든 선택은 담당교사와의 상담과 고민과정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하게 된다.
사려깊은 아이들 학습 의욕도 높아
"학생들을 만나기 전까지 소위 노는 학생, 반항하는 아이가 아닐까하는 편견을 가졌다"는 이 학교 정은희 교사(국어)는 "막상 만난 아이들은 이곳에 오기까지 오랜 고민 과정을 겪은 만큼 책임감도 있고 공부에 대한 열의도 높았다"고 전했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수업 일정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은 1:1 수업에 참여하며 자기가 중심이 되는 공부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나래학교는 한 달에 한 번 교사, 사회복지사, 상담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생 생활보고를 진행하며 아이의 학업부터 건강상태 및 진로에 대한 고민 등 전반적인 상황을 함께 공유한다.
수업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정 교사는 교육과정이 중·고교로만 나뉘어져 있어 세분화된 수업을 하기 어렵다는 것, 비교내신 적용으로 나래학교 시험 결과가 원적 학교에서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특히 성적반영의 경우 (원적학교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성적표를 보며 실망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그는 "일반 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생이 임신을 하게 되면 쉬쉬하거나 자퇴를 권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학생과 담임교사가 상처를 받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정부가 미혼모 청소년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정책 보장 및 제도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애란원을 운영하며 "아무리 직업교육을 실시해도 학교를 졸업하지 않는 이상 취업 바운더리가 좁고 안정된 직장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한상순 원장은 "미혼모 학생들에게 보장된 교육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래 이들의 빈곤을 예약해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혼모 청소년이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교사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교사도 없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여기(머리)가 아닌 이곳(가슴)으로 이 아이들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느끼게 되면 교사들 역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임신으로 인해 학교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미혼엄마에게 처절하기까지 한 이 사회의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땐 너무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포기하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워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학생을 '사고친 아이'로만 보지 말고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하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조금은 편안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졸업장을 따면 우선은 아이를 열심히 기르겠다는 고교 과정 ㅂ양의 당부다.



청소년 미혼모 위탁 학교인 '나래대안학교' 학생들이 담당 교사와 함께 수업하고 있다. 유영민 기자 youngbitt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