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교원노사관계를 선진화한다는 이유로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단체교섭 업무매뉴얼이 교육청의 교섭 자율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교과부가 지난 달 28일경 내려 보낸 매뉴얼을 보면 교섭사항과 비교섭사항을 명확히 구분했다. 교섭을 할 수 있는 사항은 보수와 수당, 상여금 등 임금에 관한 사항과 근로시간‧휴게‧휴일‧휴가에 관한 사항 등으로 국한시켰다.
진보교육감 추진, 무상급식과 학생인권 교섭 안 돼
반면 일제고사 표집 실시 등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내용, 자립형 사립고 추진, 유치원과 특수학교 등 교육환경 개선 등 교육정책에 관한 사항, 학교인사위원회 등 설치‧운영, 승진 및 전보 가산점 관련 내용 등 인사권의 행사에 관한 사항, 방학 중 방과후 학교, 자율학습, 0교시 등에 관한 내용 등 교육과정에 관한 사항 등은 교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습준비물 지원과 학부모의 교육비 경감 등의 내용도 교원노조와 논의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섭할 수 있는 사항보다 교섭할 수 없는 사항이 훨씬 많은 것이다.
최근 진보교육감이 추진하는 무상급식과 학생인권․복지 등도 기관 운영에 관한 사항과 제3자에 관한 사항으로 비교섭사항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과 대립되는 교육정책을 교원노조와의 교섭으로 풀어내려는 진보교육감의 발목을 잡기 위해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 매뉴얼대로라면 할 수 있는 교섭 사안이 거의 없다. 강원지부가 요구한 것도 23%만이 교섭사항이 된다. 교육청이 판단해서 할 수 있도록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교조 강원지부와 ‘2010년 단체협약’ 맺은 강원교육청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6개 시도교육청의 단체협약을 분석해 시정명령을 내린 8개 조항을 빼고 단협을 체결했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매뉴얼은 지난 8월 교과부가 밝힌 ‘교원노조 단체교섭 업무 지침’의 후속 조치로 당초 강제력이 있는 지침으로 내려 보내려 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 단체교섭 담당자들이 회의 등에서 “중앙에서 너무 세세하게 정하면 안 된다”는 반발로 한 단계 낮은 매뉴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총은 되고, 전교조는 안 되고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교과부는 교원노조와는 교섭할 수 없다고 한 사항을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는 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교총이 교과부와 지난 달 3일 시작한 2010년 하반기 본교섭‧협의위원회에 제출한 46개 교섭 과제에는 교육과정 개선과 유아교육의 공교육 강화, 학력평가정책 개선 등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에 관한 사항이 ‘교육 및 교원의 근무여건 개선’이란 이름아래 상당 수 포함돼 있다.
교원평가 개선과 수석교사제 법제화 등의 내용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들어가 교섭 대상이 됐으며 교총 활동 출장 조치 또는 공가 사유 포함 등의 내용은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 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다.
교과부와 교총 사이 교섭‧협의의 법적 근거인 ‘교원지원향상을위한특별법’이 교섭‧협의 사항으로 규정한 ‘교원의 처우 개선, 근무조건 및 복지후생과 전문성 신장에 관한 사항’에 교원노조에는 비교섭사항으로 적용한 내용을 끼워 넣어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교원지위특별법이 교섭‧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은 ‘교육과정과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까지 포함시켰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를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지난 7월 교총과 맺은 ‘2010년 상반기 교섭‧협의 합의서’에서도 교육비리 핵심 대책으로 정했던 교장공모제의 비율 축소, 수업공개 연 4회에서 2회로 축소 등 주요 교육정책을 합의한 바 있다.
전교조, 부당노동행위 고발 검토
전교조는 반발했다. 전교조는 매뉴얼 내용을 정리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는 한편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리면 행정소송 등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민주노총과 함께 시정명령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훈찬 전교조 전 정책실장은 “교원노조법은 비교섭사항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공무원노조법을 준용해 교육정책 등을 비교섭사항으로 명시하는 것은 노동부와 교과부의 억지 주장이다”며 “기본적으로 단체교섭은 노사자율이 기본원칙이다. 시도교육감 권한인 단체교섭을 교과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하는 것은 월권이며 교육자치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