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성숙한 학생 가르치는 교사가…”
서울중앙지방검찰 공안2부(부장검사 안병직)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417호대법정에서 열린 정당 후원 관련 첫 번째 결심공판에서 정진후 전교조 전 위원장을 포함한 지난 해 강원·경기·서울·충남지부장 5명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78명의 교사에게는 징역 6~10월을, 6명의 교사에게는 벌금 100~150만원 구형했다.
“아직 미성숙한 존재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특정 정당에 집단적으로 가입행위를 한 것은 양형을 감형시키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구형 이유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기소된 교사들의 통장계좌에서 CMS이체방식으로 돈이 빠져나간 화면과 일련번호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원 가입 주장의 핵심인 당원명부는 끝내 제출하지 못했다.
전교조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이들 교사들의 정당 가입을 확신한다면 당원명부를 내놓으면 된다”면서 검찰의 증거 제출 자료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민주노동당이 특정 인물의 CMS이체에 동의를 확인하는 문서를 보면 당원이나 당우, 후원회원 모두 함께 사용했다. 즉 당원이 될 사람이나 당우·후원회원을 권유받은 사람이나 이 문서를 썼다는 얘기”라면서 “이는 CMS이체를 동의한 사람이 반드시 당원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CMS이체가 일련으로 찍은 번호 역시 이를 당원번호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헌법과 민주주의 위배 전면 무죄” 반박
정당 후원과 관련해 89명의 교사들이 지난 7일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대법정 입구를 들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해 기소된 273명 가운데 첫 번째로 결심을 진행했으며 오는 13일 나머지 교사들의 결심을 거쳐 오는 26일 1심 선고공판을 한다. 최대현 기자 |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의 구형을 확인한 뒤 있은 최후 변론에서 “정치적으로 후진국인 나라든 국가의 수준을 불문하고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고 구금까지 하는 곳이 없다”며 “공무원은 두 개의 지위가 있다. 공인과 사인이 그것이다. 공인으로서 직무를 이용해 편향적이거나 당파적으로 하지 않았다. 사인 즉, 시민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정치적 활동을 한 것이다. 이는 헌법에도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헌법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데 이는 국가나 권력이 부당하게 교사들을 이용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번 검찰의 구형은 교사들이 어떠한 비판의식도 갖지 말고 앵무새가 되거나 침묵하라는 얘기”라고 비판하며 “헌법과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전면적으로 무죄다. 위헌적인 실정법으로 또 다시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나기 않기를 재판부에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후 전 위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경찰의 별건수사와 검찰의 정치 기소이기에 이 자체가 부당하다. 이번 구형으로 정권에 마음에 들지 않고 비판하는 조직을 탄압하려는 의도를 보여줬다”며 “교사로서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꿰맞춘 것에 불과하다. 공정한 사회라는 데 희망을 주는 사법부의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하 교사는 “일부 몰지각한 학교장이나 교사처럼 성적을 조작하거나 성폭행을 한 일이 아니다. 다른 시민단체에 후원을 하듯이 내가 가장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후원을 했을 뿐”이라며 “정당 후원 제도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교과부와 교육청이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법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앉아 있던 교사들도 여기저기서 흐느꼈다. 교사직을 잃을 수도 있는 형량을 구형받았다는 데 대한 비통함이었던 듯 했다.
이날 결심공판에 참석한 89명은 법원에서 배정한 번호 순서대로 피고인석과 일반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한 교사는 이에 “극장처럼 각자에게 번호를 주고 배정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공판이라는 영화를 보기만 하면 되나”라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정당에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 183명과 전국공무원노조 공무원 90명 등 모두 273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와 23부에 배당돼 재판을 진행했다.
오는 13일 두 번재 결심 공판, 오는 26일 1심 선고
이날 구형을 받은 89명을 뺀 92명은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열릴 결심공판에 참석하게 된다. 이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을 하지 못한 2명은 오는 26일 오전 결심공판을 받는다.
하루 앞선 6일 같은 재판부 심리로 열린 공무원노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손영태 공무원노조 전 위원장에게 징역 1년, 45명의 공무원들에게 벌금 100만원~징역 10월을 각각 구형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각 첫 번째 구형을 동일하게 내린 셈이다.
재판부는 오는 12일과 13일 각각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두 번째 결심공판을 진행한 뒤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대정법에서 273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변호인단 신인수 변호사는 “어느 나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교사의 정치 활동을 이렇게 금지하지 않았다”며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 활동에 대한 마지막 재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당 후원과 관련해 89명의 교사들이 지난 7일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대법정 입구를 들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해 기소된 273명 가운데 첫 번째로 결심을 진행했으며 오는 13일 나머지 교사들의 결심을 거쳐 오는 26일 1심 선고공판을 한다. 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