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전교조와 교과부, 단체교섭 재개키로

14일 첫 상견례 … 장 위원장, 범사회적 협약 기구 제안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왼쪽)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14일 상견례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안옥수 기자

전교조와 교과부가 빠른 시일 안에 단체교섭을 재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 장관의 출석 거부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단체교섭이 언제, 어떤 내용으로 열릴 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14일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입을 모았다. 교원노조와 교과부를 대표하는 두 수장은 오전 11시20분 경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6층 교과부 장관실에서 인사말을 간단히 한 뒤 서로 웃으며 악수를 했다.

단체교섭 시기와 절차, 실무협의서 풀기로

이주호 장관은 “현재 교육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교조도 장 위원장이 취임한 뒤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정말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이에 장석웅 위원장은 “가까운 길인데 힘들게 왔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교육의 발전과 희망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후 상견례는 정오까지 40여 분간 비공개로 진행했다. 상견례 자리에는 두 수장을 비롯해 전교조 박미자 수석부위원장과 장관호 정책실장, 교과부 이규석 학교지원본부장과 김관복 학교자율화추진관이 함께 했다.

상견례가 끝나고 교과부가 내놓은 면담 결과와 참석한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석웅 위원장과 이주호 장관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단체교섭을 조속한 시일 안에 다시 진행키로 했다.

장석웅 위원장은 상견례에서 합리적 교원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단체교섭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단체교섭 체결 이후 중앙 정부 차원의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기존에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해지했다”면서 “단체교섭 당사자가 참여해 1월 말까지 개최하고 온 7월말까지 단체교섭을 체결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장석웅 위원장은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지역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과부가 교섭 대상을 제한하는 지침을 내려 지부 단위 교섭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매뉴얼 철회를 요구했다.

이주호 장관은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시기와 매뉴얼 철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양 쪽은 실무진이 먼저 만나 시기와 절차 등을 논의키로 했다.

장석웅 “21C미래교육위원회 구성하자”, 이주호 “…”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왼쪽)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의 상견례에서 단체교섭 재개와 해직교사 복직, 2009년개정교육과정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안옥수 기자

또 전교조는 교과부에 ‘21세기 미래 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새 집행부 당선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국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구상을 구체적으로 옮기는 것이다.

장석웅 위원장은 “6개 교육청의 진보적 교육개혁과 교과부의 교육 정책이 정책 기조와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며 “핀란드의 교육개혁 성공 사례에서 시사 하는 것처럼 교육개혁에 대한 기본 방향을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수립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하는 교육 개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전교조는 학교혁신 과제를 논의할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 교과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백년대계인 한국 공교육의 큰 방향을 미래 교육위에서 그리고 교육계 협의기구에서 학교혁신과 관련한 구체적인 과제를 풀어내겠다는 게 전교조의 구상이다.

교원평가와 2009개정교육과정, 해직교사 등 주요 교육 현안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교원평가와 2009개정교육과정 등 재검토 요구

전교조는 교원평가에 대해 시행령을 포함한 법제화 추진을 유보하고 시‧도교육청 단위의 교원평가 대안 모델 계발과 적용 과정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으며 해직교사와 관련해서는 일제고사와 시국선언 복직 소송에 상고 취하와 복직 조치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혁신학교와 자율학교, 창의‧인성학교 등의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 실시할 것도 요구했다.

박미자 수석부위원장은 “2009개정교육과정 등으로 학교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어 전면 재검토를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장관은 별다른 답변 없이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강원과 경기 지역 평준화 확대와 관련해서는 장석웅 위원장이 “지역에서 학부모 등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진했으니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장관은 “평준화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다. 다음에 더 얘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을 보인다.

그러면서 이주호 장관은 “교육이 정치‧이념적 갈등의 장이 되어 교육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부분을 과감히 걷어내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선생님이 신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교과부는 전했다.

이에 대해 전진석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장은 “서로 처음 만나 인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단체교섭 재개 외에는 전교조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장관호 정책실장은 “(교과부가) 21세기 교육 문제와 방향에 대해 얘기할 때는 함께 걱정하면서도 현안 문제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교조, 17일엔 한국교총과 상견례

이번 상견례는 전교조가 먼저 교과부에 대화와 협의를 제의하면서 이뤄졌다. “교육현장의 갈등 해소와 산적한 교육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교과부, 시‧도교육청 사이의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는 게 전교조가 밝힌 이유다.

전교조 위원장과 교과부 장관이 만난 것은 지난 2008년 4월 당시 정진화 위원장을 비롯한 교원노조 대표자와 김도연 장관이 상견례를 한 뒤 3년 만이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육발전을 위해 교과부 및 교육관련단체와도 지속적인 대화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장석웅 위원장은 오는 17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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