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루에도 진보교육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조례를 사실상 힘 못쓰게 하는 방안과 교육청 규칙으로 다양한 대안을 마련 중인 교원평가를 시행령으로 전면 추진하는 내용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오는 3월까지 시행령 개정해 학칙 강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1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 2브리핑실에서 시도교육감 학칙 인가권 폐지와 간접 허용 허용, 학생인권 제한 등을 학칙에서 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발표한 뒤 입을 다물고 있다. 최대현 기자 |
이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난 해 12월 기자단감회에서 밝혔던 내용이다. 당시 “학교장이 마음대로 학생의 인권을 제한하고 침해하는 학칙을 제정한다해도 교육감이 어떤 조치도 취하기 어렵게 된다”는 비판을 샀지만 그대로 추진됐다. 오히려 구체적인 추진 일정까지 나왔다. 교과부는 올해 안으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교실 뒤 서 있기, 운동장 걷기 등 간접적 체벌 허용과 학생의 두발·복장, 휴대폰, 소지품 등을 학칙으로 결정하는 내용으로 같은 법 시행령을 고친다는 계획도 더해졌다. 간접적 체벌에도 말을 듣지 않는 이른바 문제행동 학생에 대해서는 출석정지와 학부모 상담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장 오는 3월까지 시행령을 개정해 새 학기부터 간접적 체벌 허용 등을 학칙으로 시행토록 한다는 것이 교과부 계획이다. 교육감의 인가권이 폐지되기 전까지 개정한 시행령으로 학칙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지난 해 공포돼 시행 중인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물론 여기에 맞춰 고친 학칙과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은 다시 고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주호 장관은 “대통령령이 상위법 아니겠냐”면서 “시행령이 개정되면 시·도교육청의 관련 조례와 체벌금지 지침 등은 재검토, 수정하고 단위학교는 학칙을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진보교육감의 학생인권 관련 정책을 겨냥한 것이다.
“교육감의 정책 실현 제한, 교육자치 기본정신 위배” 반발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은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가장 먼저 “유감”을 표시했다. 서울교육청은 보도자료로 “이같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추진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교육감의 교육정책 실현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교육자치 기본정신에 위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내놓은 논평에서 “교과부가 예시한 간접적 체벌 중 벽보고 서있기, 운동장 걷기 등 체벌이 아닐 수도 있는 방법을 체벌로 규정해 일선학교에 혼란을 주는데 우려를 표명한다”며 “상위법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하위법에는 다른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기본권 보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법 정신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를 학교가 준수토록 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전교조는 “학생인권 조례를 무력화하고 체벌전면 금지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하며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정부기관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역시 “학교독재 강화를 위한 꼼수일 뿐이다. 법률적 근거 없이 학생인권을 제한하고 학교현장에서 학생인권 침해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평가도 시행령으로 전면 시행
교과부는 또 이날 현재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에서 대안으로 마련 중인 교원평가와 관련해 대통령령을 고쳐 오는 3월 전면 실시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에 따르면 교과부는 이날 한나라당과 진행한 당정협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 교육과학기술 담당 정조위원장인 서상기 의원 관계자는 “이날 협의에서 교과부가 (초‧중등교육법)개정이 어려울 것 같아 시행령으로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당에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교과부는 다음 달까지 법 시행령이 아닌 ‘교원등의연수에관한규정’을 고쳐 교원평가 항목을 새로 만들어 3월부터 공식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이 교원의 학교경영과 학습‧생활지도를 매년 평가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평가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 전북 등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교원평가가 아닌 ‘소통-진단’ 등이 이름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다. 서울은 이미 진행한 교원평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에서 동료평가를 수업 공개 중심에서 서로를 진단하는 협력 장학으로 진행하고 학생 평가는 서술형 만족도를 조사하는 내용을 담은 안이 마련됐다. 경기와 전북, 전남 등도 정부의 교원평가와는 다른 내용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시행령으로 전면 실시해 진보교육감들이 마련 중인 대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게 아니냐를 지적이 일고 있다.
장관호 전교조 정책실장은 “규칙으로 진행해 온 교원평가를 굳이 법제화도 안 된 상황에서 1~2달 만에 시행령으로 시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진보교육감이 준비하는 교원평가 대안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1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 2브리핑실에서 시도교육감 학칙 인가권 폐지와 간접 허용 허용, 학생인권 제한 등을 학칙에서 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발표한 뒤 입을 다물고 있다. 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