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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에 있는 한 중학교 현수막. @황윤길 |
“○○중 특목고 21명 합격!!”
6일 인천시 서구에 있는 ㅁ중학교 담벼락엔 이 같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학교운영위원회 명의로 된 이 현수막에는 특목고 입학생 21명의 학년 반 번호와 이름까지 빼곡했다. 특정 학교 합격 홍보전을 위해 학생 개인정보를 노출한 것이다.
주민 황윤길 씨(39)는 “이 학교가 2010년부터 사교육없는학교로 지정되었다고 하던데 특목고 입학했다고 중학교까지 학원처럼 학생이름을 내걸고 있으니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시에 있는 한 고교의 현수막. |
경기도 일산에 있는 ㅂ고는 최근 학교 본관에 가로 2미터 세로 7미터 크기의 대형 현수막 3개를 나란히 내걸었다. 여기엔 “축 서울대 수시합격”이란 글귀가 똑같이 써 있다. 서울대 합격생이 모두 3명이기에 이 같은 펼침막 3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담벼락에도 ‘2010학년도 수시대입합격 현황’이란 제목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합격생 숫자를 적어 놨다. 그런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등 4개 대학은 여느 대학보다 1.5배 더 큰 글씨로 박아 놨다.
입학 자랑에 학년, 반, 번호와 이름까지 내걸어
이 같은 모습은 서울 ㅁ고를 비롯하여 경기, 인천, 대전, 경남 등 상당수 중고교에서 연출되고 있다. 사설 입시학원의 입학 홍보 현수막 게시 관행이 4, 5년 전부터 공교육기관에도 경쟁하듯 퍼진 것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교가 학생 정보를 노출하면서까지 학벌 부추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등은 지난 2009년 1월 “서울대 입학생 등의 명단을 게시하는 행위는 합격자 중에서도 소위 명문학교 합격자를 구분함으로써 학력과 학벌을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행위”라면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일부 시도교육청이 ‘현수막 자제’ 공문을 내린 사실을 들어 “‘조사 중 해결’이 되었다”면서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주, 경기, 강원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지난 해 말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합격자 현수막 게시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광주시교육청 중견관리는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드러나 악용되거나 학교의 입시기관화와 서열화를 조장할 수도 있어 현수막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지난 해 말 보낸 '현수막 자제' 공문. |
하지만 이에 대해 <연합뉴스> 등 보수 매체는 “공부 자랑도 못하냐”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교장과 교감들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학교 우수 이미지를 알리는 게 무슨 잘못이냐. 현수막 거는 것까지 간섭하면 학교 자율화가 무너진다”는 목소리를 냈다.
“반교육적 인권침해... 국가인권위 뭐하나?”
‘페이스북’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5일 최창의 경기도교육의원은 “현수막 게시는 학원을 따라가는 학교교육의 깊은 병폐”라고 썼고,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공문이 와서 올해 특목고 합격상황 플래카드를 붙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전지역 한 초교 교사는 “학교나 학원이나 현수막 도배 중”이라면서 “더 웃기는 건 보습학원 현수막인데 학교가 순위 공지를 하지도 않는데 ‘전교 1등 OO초교 OOO’식으로 붙인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언론도 학교 서열화를 자제하는 보도를 하는 판에 전인교육을 해야 할 학교들이 나서서 서울대 합격자 명단 등을 홍보하고 있는 것은 반교육적인 일”이라면서 “이 현수막 문제는 몇 해째 논란이 되고 있는 일이니만큼 국가인권위가 방관하는 자세를 벗어나 인권침해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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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한 중학교 현수막. @황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