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교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곳 학교의 임용후보자는 모두 전교조 소속 평교사였다. 거부된 학교가 있는 지역은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강원과 서울이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문제가 되기 되는 서울 영림중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여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했는데도 교과부가 별도로 실사해 교육청의 결과를 뒤집는 결론을 내 진보교육감 발목잡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진보교육감 이끄는 서울과 강원 각 학교 1곳 거부
영림중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 교사들이 23일 교과부의 임용 제청 거부에 공교육 변화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
교과부는 23일 오후 오는 3월1일자 임용 교장을 발표하면서 교장공모제로 임용 추천된 377개 학교 가운데 서울의 영림중과 강원의 호반초 2개 학교의 임용 제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영림중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 이유로 교과부와 서울교육청 지치 위반을 들었다. “1차 심사의 경우 서류심사만으로 지원자 중 5인을 탈락시킴으로써 탈락한 심사 대상자들이 학교운영계획 설명회, 심층면접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 받을 기회를 상실케 했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실시토록 한 외부위원 대상 사전연수를 실시하지 않았고 외부위원 중 학부모위원 3인이 불참하는 등 외부 심사위원 일부만 참석한 상태에서 서류심사를 진행했고 내부위원만 참석한 심사결과를 집계하는 등 교육청을 지침을 위반했다”고도 덧붙였다.
교과부는 또 “교육청 지침에는 심사집계는 심사위원이 모두 참석한 곳에서 바로 집계해 결과를 확인하되 최종심사 결과 발표까지 비공개를 유지토록 하나, 영림중은 서류심사만으로 집계를 하여 탈락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교총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교과부는 서울교육청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서울교육청에서 실시한 조사과정에서 사전연수 미실시 및 심사절차 공정성 위반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영림중에 대해 지난 달 26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 혼선이 발생했으나 공정성을 훼손할만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서울교육청은 교과부의 임명 제청 거부에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림중 학운위원장 “교육청에 문의해 공정하게 진행, 정치적으로 판단” 삭발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 교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22일 현재까지 임용 제청을 촉구하는 서명에 200여명에 가까운 학부모들이 서명해 왔다.
학교운영위원이자 심사위원인 홍은숙 학부모는 “지원한 14명을 모두 심사하기엔 시간이 너무 소요돼 심사가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다고 학운위에서 판단했고 남부교육청에 확인하니 학운위가 결정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고 반박하며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자부한다. 학부모들이 얼마나 법리해석을 잘해야 되는 거냐. 이번 사태에 대해 교과부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들이 1학년에 재학 중인 양 아무개 학부모는 “교과부가 거부 이유로 든 서류 전형 탈락과 관련해서는 문제제기를 한 학부모회장이 5명보다 훨씬 많이 서류에서 탈락시키자고 주장했다”며 “이렇게 된 것에 대해 학부모회장이 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남 교사는 “설마 제청을 거부할까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뗀 뒤 “정말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이번에 임용 추천된 교장선생님과 만들어 갈 계획이었는데…”라며 허탈해 하며 흐느꼈다.
김경숙 영림중 학교운영위원장이자 심사위원장이 교과부의 임용 제청 거부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머리를 밀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렸다. 최대현 기자 |
학부모와 교사들은 서울교육청 조사결과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처럼 “선정 과정은 공정했고 투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번 거부가 교과부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보수 언론에서 추천 후보가 전교조 소속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한국교총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교총의 기득권 지키기에 교과부가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김경숙 영림중 학교운영위원장이자 심사위원장은 “조그마한 논란 하나도 교육청에 문의해 시행했고 학운위 내부의 합의를 거쳐서 진행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어떤 절차도 위반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엄정히 심사해 가장 좋은 후보를 추천하고 나니 전교조 소속이란 것을 알았다. 적당히 구색맞추기로 교총 소속도 포함시켰으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숙 위원장은 “조사를 받을 때도 심사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입장을 가지고 묻는 말에 답만 하도록 했다”며 “교총의 교장 자리지키기라는 주장을 교과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교과부 발표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우리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밝히며 교과부 후문에서 삭발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형공모제 공대위, 24일 집회 등 강력 대응키로
영림중 공모 교장으로 최종 추천됐던 박수찬 서울 한울중 교사는 “개인적으로 교장이 안 된 것보다 영림중 학교구성원들의 학교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에 교과부가 찬물을 끼얹어 안타깝다”면서 “임용 제청 거부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영림중 학부모와 교사들은 임명 제청을 촉구하는 서명을 계속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전교조와 참여연대,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등 9개 단체는 ‘내부형교장공모제 탄압저지 교육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들어갔다.
내부형교장 공대위는 “학교 혁신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공교육에 대한 열정을 정치적인 논리로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24일 오후 교과부 후문 집회와 촛불 집회, 토론회, 임용 제청 거부 취소 및 내부형공모제 법제화 촉구 대국민서명 등과 함께 법적 대응도 진행키로 했다.


영림중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 교사들이 23일 교과부의 임용 제청 거부에 공교육 변화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