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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형 공모제로 일을 시작한 이용환 서울 상원호 교장이 지난 2일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축하하는 의미로 직접 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윤근혁 기자 |
1학년 신입생 140여 명은 이 교장의 물음에 한 목소리로 목청을 높인다.
"중국 사신이 낸 수수께끼를 다 풀은 떡보가 임금님에게 어떤 상을 달라고 했을까요?"
"떡이요. 떡~"
평교사 공모 교장의 색다른 '훈화'
이 교장 또한 오늘이 교장으로서 첫 근무다.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 출신으로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것은 서울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평교사 생활 30년째이던 지난 해 이 교장은 이 학교 5학년 5반 담임이었다.
이 교장의 색다른 '훈화'에 학부모들은 박수를 쳤다. 이 교장은 "책 속에 또 다른 선생님이 있다. 그런 뜻으로 옛이야기 한편을 훈화 대신에 들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 8시 50분에 시작한 개학식을 위한 방송 조회에서도 이 교장은 기존의 훈화 방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취임식 성격인 이 자리에서 자신의 인사말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시간은 고작 3분 정도였다.
그는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오늘 훈화는 '처음처럼'이란 신영복 선생님 시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이 교장의 새날이 시작된 것이다.
전교조 정책실장 출신인 이 교장은 해직교사 경력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7년 그에게 민주화운동자증서를 주기도 했지만 일부 언론과 단체는 그를 겨냥해 '전교조 교장'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 교장이 취임한 상원초는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혁신학교다. 이 교장은 "지난 해 10월 교직생활 30년 동안 줄곧 꿈꿔왔던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내가 교장이 된다면 혁신의지와 민주성만큼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교장에 지원하게 되었고, 결국 교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예산참여제도 실시
그가 짜놓은 학교운영계획서를 살펴보니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았다. △어린이회 실제 권한 부여와 예산 배정 △교장 교감과 행정전담요원이 공문서 처리 전담 △학생생활 이력철 형태의 통지표 사용 △경어 사용과 체벌 금지 △인사위원회에서 교원인사 결정 △학부모 예산참여제도와 학부모 대의원제 운영 등이 그것이다. 당분간 이 교장은 서울지역 587개 초등학교장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형 공모제로 일을 시작한 이용환 서울 상원호 교장이 지난 2일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축하하는 의미로 직접 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윤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