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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파면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홀로 돌아가지 못한 김영승 서울 세화여중 교사가 1인 시위를 하던 중 찾아온 세화여중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
일제고사 응시 여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장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쫓겨난 김영승 교사는 지난 1일 두 차례 서울 서초구 세화여중 정문 앞에 섰다.
목에는 ‘세화여중은 즉각 복직시켜라’라고 적힌 패널이 걸려있었다. 패널은 김 교사의 몸을 덮었다. 1인 시위였다. 2년여 만에 다시 홀로 시위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은 김 교사와 같은 이유로 해직됐던 7명의 교사가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이들 8명의 교사는 지난 달 10일 대법원이 “해직 처분은 위법하다”는 앞선 두 번의 판결을 별도의 심리도 하지 않고 재확인하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김 교사는 이날 7명의 교사와는 달리 학교 정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세화여중 재단인 일주학원이 지난 해 7월 김 교사를 다시 한 번 파면한 탓이다. 사립학교 소속인 김 교사가 따로 진행한 파면 관련 민사 소송에서 지난 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파면 처분은 무효”라고 확인하자 일제고사 사유에 ‘2008년 교육감 선거 관련 벌금형 선고’를 덧붙여 두 번이나 파면시킨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일제고사로 지금까지 해직됐던 14명의 교사 가운데 복직을 못한 사람은 김 교사가 유일하다. 김영승 교사는 “첫 파면이 무효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또 학교를 쫓아낸 것 같다”면서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을 다시 공소 제기를 하지 않는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맞지 않다. 복직을 시키고 교육감 관련 사안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에 가고 싶어요.” 오후 3시30분께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던 세화여중 학생들이 김 교사를 보고 인사를 했다. 2년 여 동안을 학교에서 떠나있어 김 교사와 직접 교실에서 마주치진 않았지만 학교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에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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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교사와 옛 담임선생님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온 세화여고 2학년 학생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 학생은 김 교사가 해직될 당시 담임으로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최대현 기자 |
“선생님, 무슨 과목이었어요?”(2학년 한 학생)
“수학 과목이었는데.”(김 교사)
“수학 수업 너무 재미없어요, 꼭 돌아오셔서 수학 수업 들어보고 싶어요.”(2학년 한 학생)
또 다른 2학년 학생은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는 일제고사는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가 해직될 때 담임이었던 당시 세화여중 2학년이던 학생들도 김 교사를 찾아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안기도 했다. 이 학생들은 세화여고로 진학해 현재 2학년이다. 세화여고는 세화여중과 같은 교문을 쓰고 있다.
“그동안 왜 안 나오셨어요?”라며 김 교사의 근황을 묻는 나수희 학생은 “정말 완전 좋은 선생님이셨다”고 떠올리며 “대법원에서 파면이 무효라고 판결한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런 사실은 왜 알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파면이 무효라는 데 복직을 시키지 않는 것도 황당하고 어이없다. 당연히 학교로 돌아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만남은 이어졌다. 학생들은 대법원 판결을 김 교사를 만나고서야 알았고 “꼭 돌아오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새 학년 담임이 된 선생님에 대한 얘기, 학교생활의 힘든 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교사를 만나지 못한 학생들은 ‘선생님TT’, ‘내일도 와요? 얼굴 보러 올께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오후 4시 1시간가량의 1인 시위를 끝낸 김 교사는 “재단이 재파면을 했을 때 쉽지 않을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복직 시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다시 학교 앞으로 와서 아이들을 만나니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오늘 같은 처지에 있던 7명의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서 정말 기분이 좋은데 부러운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날 김 교사의 1인 시위에는 인근 지역 전교조 교사 10여명이 함께 했다.



1일 파면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홀로 돌아가지 못한 김영승 서울 세화여중 교사가 1인 시위를 하던 중 찾아온 세화여중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